어머니의 나라에서 잡은 기회…“포기하지 않길 잘했어요”
단신이지만 패스·드리블 뛰어나
“첫 목표 달성…앞으로 나가야죠”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어요.”
오카쿠치 레이리(23·사진)는 지난 20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청주 KB의 지명을 받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농구를 포기했던 그가 어머니의 나라에서 다시 한번 코트에 설 기회를 잡은 순간이었다. WKBL은 외국 국적을 가진 선수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을 가졌거나 과거 한국 국적으로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된 적이 없는 선수라면 ‘외국 국적 동포선수’ 자격으로 드래프트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오카쿠치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지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지명되어) 깜짝 놀라는 마음과 고맙다는 감정이 교차했다”고 웃었다.
단신(162.8㎝) 포인트 가드인 그는 빠른 발을 살린 드리블과 감각적인 패스가 일품이다. 일본 쇼인대 출신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고교 졸업생들보다 경험이 많다. 올해 WKBL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앞두고 진행된 트라이아웃에 특별 멤버로 참가했던 그는 6개 구단 사령탑들에게서 눈여겨볼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완수 KB 감독은 “기본적으로 갖춘 게 많은 선수라 무조건 뽑을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오카쿠치는 “KB는 원래 알고 있는 팀이다. 가드와 포워드, 센터까지 밸런스가 좋은 팀”이라고 반겼다.
오카쿠치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농구공을 내려놓은 시기 한국에서 1년간 유학하며 갈고닦은 한국어로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준비해둔 한국 이름(이여명)도 있다.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어울리는 몸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오카쿠치는 “일본은 체육관을 빌리는 게 쉽지가 않다. 학교에선 훈련을 못했다. 아는 분에게 연락해 훈련했지만 매일 할 수는 없어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빠른 움직임이 우선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더 필요해 이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장점인 볼 핸들링으로 팀원들을 살릴 수 있는 패스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카쿠치는 시작부터 많은 걸 욕심내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 프로 선수들과는 경기를 해보지 않았기에 내 플레이가 통할지는 모르겠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게 첫 목표였기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부천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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