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없는데, 하룻밤 135만원…도시 거부한 슈퍼리치의 은밀한 취미
권효정 여행플러스 기자(kwon.hyojeong@mktour.kr) 2024. 8. 21. 20:33
논밭에서 태어난 럭셔리
35주년 맞은 아만다리
최근 리노베이션 마쳐
지역 사회와 긴밀한 연계
35주년 맞은 아만다리
최근 리노베이션 마쳐
지역 사회와 긴밀한 연계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외곽 작은 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아만다리(Amandari). 아만다리는 1989년 문을 열었다. 아만다리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다. 아만(Aman)은 ‘평화’를, 다리(dari)는 ‘영혼’을 뜻한다. 두 단어가 만나 ‘평화로운 영혼’이라는 의미를 만든다. 리조트 이름을 떠나 아만다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경험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아만(Aman)은 럭셔리를 표방하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다. 전 세계 20개국에 걸쳐 35개 시설이 있다. ‘아만 정키’(Aman Junkie)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만’은 중독성 강한 리조트다.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킴 카다시안 등이 아만 정키로 유명하다.
35년간 전통 발리 마을 끄데와탄(Kedewatan)과 조화를 이루며 그 자리를 지켜온 아만다리. 매일 강변 사원에 공물을 바치는 마을 주민들의 삶과 함께 숨쉬어 온 이 리조트가 최근 섬세한 변화를 꾀했다. 객실, 라이브러리, 레스토랑 등을 시설을 리노베이션 한 것.
여행플러스는 최근 아만다리를 방문해 라딧 마힌드로(Radit Mahindro) 아만 인도네시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만났다. 그를 통해 35주년 맞은 아만다리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35년 된 호텔이 변하지 않는 법, 완벽한 집
아만에서는 리노베이션할 때도 원칙이 있다. 모든 것을 교체하되 원래 재료, 색상, 디자인, 크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단순한 보수가 아닌 정교한 재창조 과정이다. 라딧 마힌드로 디렉터는 “모든 아만 리조트에는 의자, 가구, 장식품 등 모든 디자인 요소를 총괄하는 관리자가 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구 선택에 있어 문서화된 기준은 없다. 대신 모든 아만은 ‘현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아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가치다. 아만다리 리조트 기둥을 코코넛 나무로 제작한 것이 그 예다. 현지 재료를 활용한 접근으로 리조트는 지역 자연과 문화를 품은 살아있는 캔버스가 된다. 아만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지 본질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여정이 된다.
객실은 원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욕실 비품과 가구로 정비했다. 미닫이문, 야외 욕조 등 아만다리만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재개장한 라이브러리는 아만다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아만의 창립자 아드리안 제카(Adrian Zecha) 철학이 녹아든 공간이다.
TV 대신 책과 문화를 즐기는 여행자를 위해 라이브러리는 더욱 넓어졌다. 참고로, 아만은 2014년 러시아 출신 사업가 블라디슬라브 도로닌(Vladislav Doronin)에게 인수됐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변화 속에 전통을 지키는 미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겉보기에는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지만, 세심한 곳에서 진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아만다리 철학을 대변한다. ‘완벽한 집’을 추구했던 제카의 비전은 여전히 아만다리 곳곳에 살아 숨쉰다.
발리에는 아만다리를 포함해 리조트 시설 총 3개가 있다. 아만킬라(Amankila), 아만누사 두아(Aman Villas at Nusa Dua)다. 아만킬라도 내년 최신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을 개보수할 예정이다.
코코넛 기둥에서 시작된 1000달러의 여정
리조트는 현지와의 교감에 특별히 신경 쓴다. 그 이유를 마힌드로 디렉터에게 물었다. 그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룻밤에 1000달러(약 135만 4500원)를 지출할 수 있는 고객층은 이미 현대 도시에서 많은 것을 누렸다”며 “이들은 리조트에서 도시와 같은 경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아만 리조트는 최대한 현지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한다. 철학은 아만다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객실에 있는 트레킹 스틱은 1989년부터 있던 대나무를 활용해 만들었다.
아만다리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사회와 긴밀한 연계다. 마을 아이들이 매일 리조트를 방문한다. 현지 아이들은 이곳에서 발리 전통 음악과 춤을 배운다. 종종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개방성은 아만다리의 독특한 점이다. 마힌드로 디렉터는 “다른 리조트는 대부분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반면 아만다리는 마을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며 “아이들은 매일 와서 전통 예술을 연습한다”고 전했다. 아만다리는 진정한 의미의 열린 공간으로 느껴진다.
단순미의 극치, 젠 미학을 품은 객실
아만다리는 독립적인 30개 스위트룸으로 구성한다. 스위트룸은 1층과 2층,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테라스 방향에 따라 정글 전망과 논 전망으로 나뉜다.
각 스위트룸은 전용 정원과 테라스를 갖췄다. 일부 객실은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다. 정원은 그레이톤 화산석과 안산암 돌길로 연결했고 주변은 열대우림 식물로 둘러싸여 있다.
객실 현관문 앞, 독특한 나무 통이 시선을 끈다. 바로 ‘쿨쿨(Kul Kul)’이다. 쿨쿨은 전화가 없을 당시, 한때 발리인 생활 속 소통 도구였다. 우붓 옛 모습을 상상해본다. 1989년, 발리 작은 마을은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호텔이라고 불릴 만한 건물도, 북적이는 관광객도, 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교통 체증도 없었다.
그 시절 우붓을 찾은 여행자들은 독특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재밌는 건 객실 서비스 요청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전화기로 프론트에 연락하는 게 아니었다. 대신, 투숙객은 객실 현관문 앞에 걸린 나무를 쳐서 울려야 했다. ‘툭툭’ 이 소리가 울리면 직원은 요청사항을 들으러 객실로 부지런히 달려갔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현대화 물결이 우붓을 변화시켰지만, 쿨쿨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용적 용도보다는 문화적 상징으로서 의미가 크다. 발리 전통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쿨쿨은 역사의 한 조각으로 우붓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준다.
객실과 욕실은 단순미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본 선불교 젠(Zen) 미학에서 영감을 받아 평온과 명상의 분위기가 공간 전체를 감싼다. 객실에도 TV는 없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하기에 제격이다.
따스한 색조의 목재, 베이지 등나무 의자, 크림색 타일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스러운 팔레트는 마치 열대 정글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과하지 않은 장식, 여유로운 공간감.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욕실에서도 편안함을 선사한다. 욕실의 두 개 세면대와 야외 대리석 욕조는 럭셔리의 정점을 찍는다.
주변 열대 정글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인테리어와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순간, 이미 힐링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발리의 맛을 그대로 전한다
나무 꼭대기에서 즐기는 특별한 만찬. 티크 나무로 장식된 레스토랑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사방이 뚫린 개방형으로 오픈 에어 레스토랑이다. 아래로는 근처 논을 재현한 듯한 곡선형 인피니티 풀이 펼쳐진다. 밤에는 풀장 조명과 연주가 어우러져 마법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은 초가 지붕 아래, 천장 선풍기가 시원한 바람을 선사한다. 최대 50명을 품는 레스토랑은 고요하면서도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꼭대기에는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통유리 벽면의 다이닝룸이 자리잡고 있다. 목재와 라탄의 섬세한 디테일이 발리 정취를 더한다.
아만다리 레스토랑은 농장에서 갓 재배한 식자재를 요리에 활용하는 ‘팜투테이블’(Farm-to-table) 철학을 실천한다.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자체 유기농 정원과 현지 농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재료로 요리한다. 발리 전통 쌀, 돼지고기, 바다 소금, 코코넛 설탕 등 섬의 진귀한 식재료들이 메뉴의 주인공이다.
맞춤 메뉴가 있어 건강과 취향에 따라 요리도 변신한다. 메뉴는 현지 음식과 서양 요리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은 1개지만 아침 해가 뜰 때부터 별이 빛날 때까지 투숙객은 물론 방문객 모두에게 열려 있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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