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방송 후 접경지 ‘도보 귀순·시도’ 3차례나…6월 귀순 시도하다 북 체포 정황도
北, 접경지 ‘단절’ 조치에도 오히려 탈북 늘어나
지난 6월 대북 확성기가 전면 시행된 지 2달여 만에 남북 접경을 통한 북한 주민 및 군인의 귀순 또는 귀순 시도로 추정되는 행위가 3차례나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효과’가 입증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강화된 북한 내부의 통제 및 단속에, 최근 수해 등으로 민심이 불안정해지면서 접경지를 통한 직접 귀순 사례가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이른 새벽 북한군 1명이 강원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했다. 연령은 20대로 알려졌는데, 당과 수령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장마당세대에 해당한다. 북한군은 강원 고성군 일대 육군 22사단 작전 지역에서 도보로 귀순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하 당시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계급은 하사로 전해졌다. 해당 지역은 과거 남북 관광 교류가 이뤄질 당시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조성돼 있다. 북한은 최근 이 지역에서 지뢰 매설과 불모지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지뢰 폭발로 군인 다수가 사망한 정황도 포착된 바 있다.
지난 8일에는 한강 하구 남쪽 중립수역을 넘어 북한 주민이 귀순한 데 이어 젊은 군인까지 연달아 탈북한 것을 두고 우리 군이 전(全) 전선에 걸쳐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가 영향을 줬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둘다 이동 수단 없이 도보로 남측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급속하게 줄어들었던 탈북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북한군 귀순에 앞서 또다른 북한군이 귀순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역시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군 당국은 북한군 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다 체포되는 모습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포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뒤인 지난 6월 중순쯤, 북한군 1명이 귀순을 시도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당시 병사는 강원도 중부 전선 군사분계선을 넘기 위해 달려오다 북한 당국에 적발됐고, 두 손이 포박된 채 끌려간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사형됐을 것으로 우리 당국은 추정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북한 주민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갯벌을 걸어 귀순했다. 당시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2개의 점이 식별돼, 이 때도 2명 중 1명은 귀순을 시도하다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남북 접경에 장벽을 세우고 지뢰를 설치하는 등 ‘남북 단절’을 위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탈북’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교롭게도 군이 북한의 쓰레기 풍선(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를 가동한 뒤 이같은 탈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 정권의 실상을 소개하는 등 방송을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게 하는 내용이 전파된 것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북 확성기 시행이 귀순에 영향을 미쳤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잇따르는 귀순은 북한 체제가 분명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발생한 홍수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대응을 해야 되는 수준까지 갔다는 것은 북한 내부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코로나19 때부터 지속됐던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 지속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고, 김 총비서가 계속 사회주의 기강을 잡겠다고 나서면서 사회 통제가 크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군인들의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군 장병들이 상당 부분 군 질서에 적응 못 하는 부분도 (귀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실장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작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면서 "대북 확성기 작전은 단순히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일회성 작전이 아닌 통일 독트린과 연계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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