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서 맞은 101번째 생일… 활짝 웃은 광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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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나라 와서 죽어야지."
지난해 귀국 후에도, 오 지사는 노구를 이끌고 국립서울현충원 김학규 광복군 제3지대장 묘소를 찾아 거수경례로 환국을 신고한 뒤 양로 유공자 지원 시설인 수원보훈원에 입소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이수민(25) 청년인턴은 "저보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드신 지사의 용기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제가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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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항일운동… 광복 후 日 거주
2023년 영구 귀국해 맞는 첫 생일
한덕수 총리, 오 지사 찾아 큰절
“공로 잊지 않는 게 국가의 의무”
“제가 일본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나라 와서 죽어야지.”
지난해 8월13일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일본에서 영구 귀국한 오성규(101) 지사는 당시 귀국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국내 생존 최고령 광복군 출신인 오 지사는 1923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신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만주로 이주했다. 중국 선양 소재 동광중학에 다니며 16세 소년 시절 비밀조직을 결성해 항일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일제에 신분이 노출되자 선양을 탈출해 짚신을 신고 20일을 걸어 안후이성 푸양의 한국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 일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태석’이란 가명으로 다시 항일 투쟁에 나섰다. 그는 “굳은 마음을 먹었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오 지사도 해방 이후 일시적으로 귀국했으나, 좌우 이념 대립으로 인해 결국 국내 정착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는 가족들에게도 광복군 활동 사실을 숨긴 채 숨죽이며 살아왔다. 그러다 그의 두 아들도 1990년 오 지사가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후에야 아버지가 독립지사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귀국 후에도, 오 지사는 노구를 이끌고 국립서울현충원 김학규 광복군 제3지대장 묘소를 찾아 거수경례로 환국을 신고한 뒤 양로 유공자 지원 시설인 수원보훈원에 입소했다. 오 지사의 101번째 생일을 맞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 청년 인턴들이 보훈원을 찾았다.
한 총리와 인턴들은 오 지사에게 독립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감사와 건강을 기원하는 뜻을 담아 큰절로 인사했다. 한 총리는 오 지사의 손을 잡고 큰 소리로 “독립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감사드린다”며 “쭉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저희 곁에 계셔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잿더미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룩한 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의 공로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이수민(25) 청년인턴은 “저보다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드신 지사의 용기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제가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보훈원에는 오 지사 외에도 국가유공자 29명, 참전유공자 12명 및 유족 74명이 머물고 있다. 정부는 참전유공자의 경우 유공자 본인만 입소 가능한 현행 제도를 개선해 유공자의 배우자까지 보훈원 입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또 현행 독립유공자 및 수권유족(보훈을 이어받는 유족)만 가능했던 보훈원 입소도 향후 유족 전체로 확대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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