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유모차 /정현숙
조미영 시조시인 2024. 8. 21. 19:34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1
배부른 새댁을 볼 수 없는 마을이다
으아앙 아기 울음 들을 수 없는 마을이다
아이를 태웠던 유모차 푸성귀가 앉았다
2
일흔 살과 아흔 넘은 고부가 사는 처마 아래
굽은 생을 부축하는 젊은이 대신하여
오래된 이야기를 끌고 유모차가 서있다
아기들 울음소리 끊기고 젊은이들도 사라져 가는, 노인들과 더 나이 든 노인들만 남게 된 인구 소멸 지역의 적막함이 물씬 전해진다.
시인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유모차의 변용을 통해 담담히 표현했다. 아기들이 앉아야 할 유모차는 푸성귀가 담긴 장바구니용 카트가 되거나, 노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실은 채 보행 보조 기구가 되어 구석에서 쓸쓸함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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