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폭염백서

이은정 기자 2024. 8. 2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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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부산 열대야 역대 최장기록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26일 연속 열대야로 1994년과 2018년 21일인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산기상청은 열대야 최장 기록은 멈췄으나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로 매우 덥고 다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고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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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부산 열대야 역대 최장기록이다. 태풍 ‘종다리’덕이다. 밤새 강한 비가 내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지난 20일 밤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26일 연속 열대야로 1994년과 2018년 21일인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20년 만이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현상이다. 1966년 일본 기상학자 구리시마 아쓰시가 만든 용어다. 그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 열대야’라는 말도 지어냈다.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면서 열대야 일수도 늘어났다.

여름에 잠들기 가장 적당한 온도는 18~20도 정도라고 한다. 이보다 높으면 체온조절 중추신경계가 흥분돼 몸을 뒤척이게 된다. 한밤의 열기는 잠을 설치게 한다. 물론 적정 온도보다 에어컨 온도는 2~3도 높게 설정해야 냉방병을 막을 수 있다. 올여름 무더위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더위가 하루 24시간 내내 이어지니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열대야는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22일은 절기상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처서가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져 ‘처서의 마법’이란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올해는 마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기상청은 열대야 최장 기록은 멈췄으나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로 매우 덥고 다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고 예보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폭염으로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 특히 쪽방촌이나 반지하 주택 거주민들은 에어컨이 없거나 전기요금 걱정에 더운 여름을 선풍기로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야외 작업이 불가피한 농어민과 건설 현장·택배 근로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직 무더위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지난 19일까지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26명을 포함해 2890명에 달했다. 지난해(2818명) 기록을 벌써 뛰어 넘었다.

폭염이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기상청이 연내 발간을 목표로 ‘폭염백서’를 내기로 한 이유다. 폭염을 태풍과 같은 재난과 이상기후 지표로 판단한 것이다. 폭염 기록과 발생 원인·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의 사회적 영향 등이 담긴다. 주저자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이다. 폭염백서가 단순한 기록 보관용이 되어선 안될 일이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산업 현장 안전 대책 등 폭염 종합 대책을 세울 자료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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