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무도한 권력자 몰아내기, 탄핵소추와 헌법개정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2024. 8.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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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맹세했다(헌법 제69조). 하지만 현실은 안보위기와 남북한 적대(열강을 자극한 무익한 대만·우크라이나 발언, 유출된 군 해외 비밀요원 신상과 국정원 기밀, 미국으로부터 도청당하고 북한으로부터 오물풍선 공격받은 대통령실, 중단된 9·19군사합의), ‘입틀막’과 검·경찰에 기댄 언론통제·자유탄압, 세수결손·부자감세에 따른 복지축소·민생파탄 및 무능으로 유발된 의료대란과 이태원·오송 참사, 친일 식민문화 창달에 협력한 반민족 외교(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으로 점철됐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자신의 범죄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배우자를 위해 공권력을 바쳤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채상병 사망사건과 세관 마약사건 수사를 둘러싼 외압의 흔적과 각종 비리(뇌물수수·주가조작·고속도로 노선조작) 의혹들이 대통령과 그 주변을 가리킴에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제정을 거듭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련 법률안들은 잇따라 폐기됐고, 범죄피의자(김건희)는 검찰권을 위협·농락하며 수사받는 시늉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비정상적 작동을 꾀하고, 우리의 법 감정과 양심을 능멸할 작정인 듯하다. 5인 합의체인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기관화되고 ‘법카왕’·‘빵진숙’에 어울릴 범죄자가 위원장으로 거들먹대도록,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김건희권익위원회’로, 독립기념관은 ‘친일기념관’으로 조롱받도록 인사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을 배신한 무도한 권력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악한 반국가적 정권은 축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정통제를 위한 국회의 비상한 노력인 탄핵소추에 대한 주목은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장관·검사·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겨냥한 탄핵소추가 있었고, 140만 명이 넘는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했다. 물론 반대 의견, 특히 거론된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정쟁을 위한 대통령 발목잡기’이자 ‘탄핵심판에서 인용되기 어려운 무리한 시도’라는 취지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탄핵소추 고유의 의미·기능을 외면한 성급한 비난일 가능성이 크다. 정쟁은 정치기관인 국회의 당연한 임무며 탄핵소추는 폭주하는 권력자의 발목을 붙잡는 정치적 재량행위임을 간과하고, (헌법적 가치의 하한을 견지하려는 소극적 활동인) 탄핵심판의 결과를 예단한 후 이를 기준으로 (헌법적 가치의 상한을 지향하는 적극적 활동인) 탄핵소추를 폄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탄핵소추에 내포된 국회의 인사권, 특히 ‘권력자의 폭거를 민주주의에 기대어 신속히 잠정 정지시켜 더 심각한 위헌·위법적 상황을 예방하려는 적극적·미래지향적 성격의 정치적 결단’에 대한 각별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는 탄핵제도를 국회의 정치행위(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사법행위(탄핵심판)로 구성하면서도, 탄핵소추에 ‘권한행사의 잠정적 정지’라는 독자적 효력을 부여한 헌법 제65조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헌법재판소 또한 “헌법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국회의 재량행위임을 명문으로 밝히고 있고 헌법해석상으로도 국정통제를 위하여 헌법상 국회에게 인정된 다양한 권한 중 어떠한 것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권은 오로지 국회에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어쩌면 헌정질서의 안녕을 위해 윤 정권에게 필요한 것은 ‘가속장치’가 아니라, ‘제동장치’일 수 있다. 그렇다면 탄핵소추는 윤 정권을 위한 국회의 선물이 될 것이다. 박근혜의 현재가 증명하듯 주권적 봉기로 쫓겨난 이승만이나 암살당한 박정희에 비하면, 탄핵으로 인한 파면은 행운이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이 정권의 폭주를 교정할 유일 수단은 아니며, 사법관료들의 탄핵심판권에 선출된 지도자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제도적 한계도 있다. 따라서 ‘이 헌법공포와 동시에 현 대통령은 퇴임한다’라는 규정을 부칙에 삽입한 헌법개정안을 발의·의결한 후 이를 확정하는 국민투표로써 우리의 현실을 스스로 타개하는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의 존엄과 광복을 위해 모든 슬기를 씩씩하게 모을 때다.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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