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 고조에 군축 기조 폐기… 美, 군비경쟁 가세 ‘신호탄’
대표적 ‘핵 非확산론자’ 바이든
中의 ‘核팽창 속도전’에 화들짝
러는 中 핵탄두 양산 적극 협력
우크라전 이후 ‘뉴스타트’ 중단
北 핵·미사일 고도화도 영향 커
美의회선 일찌감치 ‘증강’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 등의 핵무기 확장에 대비해 탈냉전 이후 30여년간 고수해왔던 핵 군축 기조를 버리고 핵 군비경쟁에 참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북한이 러시아와의 3자 조율하에 핵 위협을 가해 올 가능성 등에 대비해 핵무기 운용 전략을 재조정한 ‘핵무기 운용 지침’ 개정안을 지난 3월 승인했다. 북·중·러 3자 핵위협 공조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핵무기 확장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견고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의 핵무기 팽창 속도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핵무기 비축량이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의 비축량과 다양성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YT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소한의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기조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핵전략을 폐기하면서 핵 확장 속도가 2년 전 미국 정보당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핵 기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YT는 “중국이 핵 안전과 안보를 개선하기 위한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 핵위협론’을 조장한다고 비난한 뒤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 최대의 핵 위협이자 전략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핵 증강 정책에 러시아가 힘을 보태면서 미국이 느끼는 위협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모스크바를 찾은 시 주석과 고속증식로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플루토늄 부족으로 핵탄두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핵탄두 양산이 가능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도 바이든 행정부가 핵 확장이 필요한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현재 6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규모가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의 규모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며 “이렇게 근본적으로 달라진 핵 환경이 미국의 (군사) 전략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NYT에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핵 확장 흐름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당시 핵탄두 현대화 작업과 함께 잠수함 발사 크루즈 미사일 개발을 진행했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된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향후 미국에선 30년간 1조5000억달러의 핵 프로젝트 시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증산 및 신형 잠수함, 폭격기 제작 등이 급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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