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디스토피아 서울 [시론]
존 에퍼제시 |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여름철 서울은 유령도시가 된다. 기후 비상사태가 심각해지고 평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면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난다. 외국으로 가거나 나무와 물이 있어 시원한 시골이나 바닷가로 향하는 것이다.
외출이 어려울 정도로 무더운 여름에는 시장, 축제, 콘서트, 운동, 스포츠 행사, 소풍, 시위 등 야외에서 이뤄지는 문화 활동은 과거의 이야기가 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정서적 타격 또한 막대하다.
하지만 미래에도 이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열섬 도시’ 서울은 여름에 방문하고 싶은 시원한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열섬이란 무엇인가?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를 보면, 열섬은 외곽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도시화된 지역을 의미한다. 도시 지역의 낮 기온은 외곽 지역보다 약 0.5~4도, 밤 기온은 약 1~3도 더 높다.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1975년 소설 ‘에코토피아’에서 서울이 어떻게 열섬 현상을 극복하고 시원한 도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칼렌바크는 미국의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이 에코토피아라는 독립 국가를 설립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에코토피아는 인간과 생태계 번영을 위한 탈성장 정책을 펼치며 미국의 끝없는 경제 발전과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대한 집착을 대체한다.
소설 속 ‘새로운 샌프란시스코’는 서울과 닮은 모습도 있다. 고층 빌딩에 사람들이 살고, 지하철역 주변에 기업이 밀집해 있다. 또 소형 버스, 전기 택시, 공공 자전거가 넘쳐난다. 이 도시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다. ‘목가적 분위기는 상점가와 다른 거리에 개울이 흐른다는 사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 물방울이 튀는 매력적인 작은 폭포와 바위, 나무, 대나무, 양치식물이 늘어선 물길을 볼 수 있다’는 묘사가 그렇다. 이는 여름철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서울 청계천의 외관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청계천이 언젠가 발원지가 있는 인왕산 유역까지 제대로 복원되길 바란다.
하지만 에코토피아와 지금의 서울이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운 샌프란시스코에는 차가 없다는 점이다. 처음 이 도시를 방문한 주인공 윌리엄 웨스턴(미국인 저널리스트)은 충격을 받는다. ‘모든 것에 낯선 고요함이 감돌았다. 나는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고, 택시가 달려들고, 바쁜 도시 생활에 쫓기는 사람들이 서로 밀쳐대는 도시의 부산스러움 같은 것을 기대했다. 고요함에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야 발견한 것은 도시를 가로질러 해안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대로가 수천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거리로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전기 택시, 소형 버스, 짐수레 등이 오가던 차도는 2차선으로 줄어 있었다. 대신 나머지 거대한 공간에는 자전거 도로, 분수, 조각, 정자, 벤치로 둘러싸인 작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이 열섬 현상을 피해 가려면 소설 속 도시처럼 과감하게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그 시작으로 최적인 곳은 광화문 거리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10차선을 가득 채운 자동차 교통체증과 소음,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대신 수천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거리에 들어섰다고 상상해 보라.
실제로 열섬 효과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현실 에코토피아 도시 중 하나인 콜롬비아의 메데인은 2016년 대기 오염과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그린 코리더’(green corridor·녹색 복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21년까지 도시 전역에 250만그루의 식물과 88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기 오염을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시행 첫 3년 동안 일부 지역의 온도를 2도 낮추었으며, 앞으로 수십년간 4~5도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이곳의 모든 나무와 식물은 도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을 기후 회복력 있는 생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조건은 이미 상당 부분 갖춰져 있으며, 다음 단계로 나무와 식물을 더 심고 자동차와 포장도로를 없애기만 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서울을 위한 멋진 슬로건이 이미 존재한다. 서울토피아.
번역 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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