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부, '광복절 기미가요 사건은 좌파 PD 음모' 언급"

윤현종 2024. 8.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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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공사(KBS)의 한 간부가 KBS가 광복절 0시에 방영한 오페라 '나비부인' 속 기미가요 방송 사태를 두고 '좌파 PD의 음모'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KBS 구성원들은 사측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다며 비판했지만 이 간부는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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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19일 성명서 사측 비판
"나비부인 방영이 제작 자율성 강화 탓?"
"철 지난 색깔론도...책임부터 져야"지적
"제작 시스템 해법은 경영진 사퇴" 촉구
15일 KBS가 송출한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화면. KBS 캡처

한국방송공사(KBS)의 한 간부가 KBS가 광복절 0시에 방영한 오페라 '나비부인' 속 기미가요 방송 사태를 두고 '좌파 PD의 음모'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KBS 구성원들은 사측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다며 비판했지만 이 간부는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9일 '제작시스템 붕괴 해법은 TF가 아니라 경영진 사퇴다'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본부는 성명에서 KBS 사측이 '나비부인' 방송을 계기로 편성 업무 개선을 위해 이날 출범한 태스크포스(TF)에 류삼우 KBS 부사장을 비롯, 보도·편성·제작본부 국장들, 인적자원실장 등 회사 간부들이 총망라됐지만 "최근 간부들의 발언을 보면 이 TF의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본부는 "나비부인 방송 후 박민 사장 주재로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제작 자율성을 존중하고 강화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데스킹 기능이 약해지면 안 된다' 등의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관련 발언을 소개했다.


세월호 다큐 방영 불가, '역사저널' 중단 주도한 인물

특히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제작 분야 간부인 이모씨가 "이번 (나비부인 방송) 사건은 좌파 PD들이 만든 음모"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복수의 내부 구성원에게 이 얘기를 들었다"면서 "통상 이 간부는 노조 성명에 문제가 있을 땐 수정 요청을 해 왔으나 이번엔 그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본보의 거듭된 연락에 "발언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노조의 주장에 반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2월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에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4월 방영은 불가하다"고 했던 인물이다. 5월에는 판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역사저널)의 갑작스런 제작 중단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에 따르면 당시 그는 제작진이 배우 한가인을 진행자로 섭외해 새 시즌을 준비한다고 보고하자 조수빈 아나운서를 기용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프로그램을 무기한 보류하라는 사실상 폐지 지시가 내려졌다.

15일 제79주년 광복절에 KBS가 첫 방송으로 일본 기미가요가 포함된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편성하자 KBS 시청자상담실 게시판에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KBS 시청자상담실 게시판 캡처

"사장 포함 전 임원진 물러나라"

KBS본부는 성명에서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휩싸여 철 지난 색깔론을 씌우는 게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이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민 사장을 향해 "경고한다. 국민들은 이제 KBS를 극우 친일방송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대대적인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당장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포함 전 임원진 사퇴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KBS는 15일 광복절 첫 방송으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편성해 물의를 빚었다. 이 오페라는 중간에 배경음악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KBS는 같은 날 공식 사과했다.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며 "경위를 조사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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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510470003698)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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