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IPO 공모가에만 눈독… `의무보유확약` 기피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대한 '의무보유확약'을 점차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약 시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도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확신이 줄면서 이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무보유확약은 줄었지만 여전히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결정하는 공모가는 희망가 범위(밴드) 상단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공모주 투자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42개기업(스팩·재상장 제외) 가운데 28곳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하반기 IPO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7월 이후 14개 기업이 상장했지만, 이 중 현재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했다.
하반기 상장 기업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률이 10%를 넘긴 곳은 시프트업과 산일전기 단 2곳에 불과했다.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공모가보다 각각 10%, 21.29% 올랐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하는 자발적 약속이다. 의무보유확약을 하면 통상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된다. 그럼에도 확약 비율이 낮은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주가 상승 기대감이 적다는 방증이 된다.
실제로 기관 투자자들이 의무보유확약을 10%도 하지 않은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확약률 10% 미만 기업 중 주가가 오른 곳은 티디에스팜(확약률 4.23%), 전진건설(8.79%) 뿐이었다. 확약률이 0.49%에 불과했던 아이빔테크놀로지는 공모가 1만원으로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가 7420원까지 내려왔다.
아이빔테크놀로지 다음으로 확약률이 적은 유라클(0.55%)과 케이쓰리아이(1.03%)도 주가가 각각 26.38%. 36.90% 빠졌다.
'상장=흥행' 공식을 가장 먼저 깼던 이노스페이스도 확약률이 1.99%에 불과했다. 현재 이노스페이스의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 장기 보유를 꺼리고 있지만, 공모가는 여전히 밴드의 가장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결정된다. 발행기업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범위 내에서 가격을 적어내고, 가장 많이 적어낸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상장 종목에 대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적다면 당연히 공모가도 내려와야 하지만, 하반기 공모가가 밴드 하단으로 결정된 곳은 뱅크웨어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곳 중 5곳은 희망 공모가의 가장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됐고, 8곳은 상단보다 높은 금액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장기 보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한 셈이다.
이달 상장을 앞둔 엠83과 이엔셀, 아이스크림미디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엠83은 확약률이 0.75%에 불과했지만 공모가는 상단을 초과했고, 확약률 0.24%인 이엔셀도 공모가는 상단으로 결정됐다. 아이스크림미디어(4.37%)만 밴드 하단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가 의무보유확약률을 줄이는 것은 상장 이전부터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오다 상장을 계기로 엑시트를 원할 수도 있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기 부담스러워서 일수도 있다"면서도 "기관 투자자 역시 수익을 추구하다 보니 확약률은 낮추면서도 공모가는 높이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확약률이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공모가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 기관 투자자들의 평가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IPO 시장에서 떠나다 보면 공모가 역시 자연스레 시장 눈높이에 맞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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