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비키! 가장 우울한 나라에서 ‘원영적 사고’라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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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멤버 장원영이 요즘 화제의 인물이다.
이런 초월적 마음가짐을 '원영적 사고' 또는 '럭키비키'라 한다.
'비키'는 승리를 의미하는 빅토리(Victory)에서 따 온 장원영의 영어 이름이다.
즉, 장원영의 럭키비키는 일상을 스스로 주도해 승리감을 만끽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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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근 | 자유기고가
아이돌 그룹 멤버 장원영이 요즘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게임에서 꼴찌 해도 “괜찮아. 뒤에선 내가 1등이잖아!”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긍정한다. 이런 초월적 마음가짐을 ‘원영적 사고’ 또는 ‘럭키비키’라 한다. 럭키비키를 실천한 팬들은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결국 좋게 작용한다고 믿으니까 어떤 도전도 두렵지 않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이 유행이 불행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을 외치던 엠제트(MZ)세대가 ‘초긍정 모드’에 열광하다니. 그들의 유행은 어쩌면 실패와 꼴찌를 용인하지 않는 ‘승자 독식 구조’에서 기인한 게 아닐는지. 럭키비키는 ‘경쟁 모드’로 더는 살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의 저항으로 들렸다.
‘비키’는 승리를 의미하는 빅토리(Victory)에서 따 온 장원영의 영어 이름이다. 즉, 장원영의 럭키비키는 일상을 스스로 주도해 승리감을 만끽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경쟁 모드인 직장인들의 럭키비키 사용법은 달랐다. 이들은 “회사 다니면 힘든 약속 생기니까, 심심하지 않고 돈도 생기잖아” “야근하면 밥도 주고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며, 스스로 삶을 이끌지 못한 ‘패배감’을 합리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었다. 이마저 힘든 날은 그와 반대되는 ‘민희진적 사고’를 꺼내 직설적으로 화를 표출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원영적 사고가 어려운 이유는 걸음마를 뗀 뒤부터 경쟁을 학습받기 때문일 터다. ‘나로부터 승리’가 기준인 원영적 사고보다, ‘타인으로부터 승리’에 훨씬 익숙해져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다.” ‘신경 끄기의 기술’ 저자 마크 맨슨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뒤 밝힌 소감이다. 그는 경쟁의식을 불어넣는 교육 시스템이 한국을 병들게 했다며, 노동자를 착취하려고 설계된 사회 구조를 비판했다. 다소 고리타분한 진단일지라도 여전히 유효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근로 시간을 가진 나라, 산재 사망자가 해마다 2천명 이상인 나라,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란 타이틀까지 수년째 그대로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을 얻은 승리자가 승진·노후·자식 문제 등 또 다른 경쟁에 치이는 이야기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찰스 디킨스 말처럼 결국 모두 천국을 향해 가려 했지만, 모두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꼴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는 맨슨이 ‘우울한 나라’ 뒤에 덧붙인 말을 기억한다. ‘절망 속에서도 항상 돌파구를 찾는 나라,’ 그는 전쟁엔 함께 싸우고, 가난엔 서로 나누며, 국정이 혼란할 땐 촛불 들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란 사실도 잊지 않았다. 어쩌면 몇 번의 위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우리 민족이 원영적 사고의 본체가 아닐는지. 럭키비키 몇 마디로 훌훌 털고 일어나는 한국인의 모습에는 행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분명 담겨있다.
나는 경쟁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다시 한번 국민이 뭉칠 거라 믿는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길 거라 확신한다. 이에 ‘원영적 사고’로 기도해 본다. “우리는 어떤 역경도 함께 극복하는 나라잖아. 우울 정도야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 풀어지니까,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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