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 충격…윤 대통령이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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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0일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을 찾았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독일의 과거 만행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했고 그 장면은 프랑스와 독일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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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 전 연세대 독문과 교수
지난 6월10일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을 찾았다. 80년 전 그곳에서 나치 친위대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된 642명의 주민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독일의 과거 만행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했고 그 장면은 프랑스와 독일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2013년에도 독일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여 사죄한 바 있다.
나치에 의해 폐허가 된 이 마을을 프랑스 정부는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며 역사의 현장으로 남겨두었다. 마을 입구에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쓴 커다란 팻말이 서 있는데 그 내용은 “기억하라”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사죄란 이런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전후 독일인들과 화해하고 긴밀한 관계를 복원했지만 과거 독일이 프랑스에게 했던 만행은 잊지 않고 늘 되살린다. 독일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든 수상이든 장관이든 주변국 국민에게 참회와 사죄의 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다. 이런 바탕에서 양국의 관계가 정상화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8·15 경축사를 보며 착잡한 생각이 든 연유다. 우리의 대통령은 광복절임에도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지 않고, 일본의 총리와 각료들은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거나 직접 참배한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선 노동자들의 희생을 일본은 기억하려 하지 않고 우리 정부는 그 뻔뻔함을 용인한다. ‘현재와 미래의 한일관계를 위해서’라는 수사와 함께….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라는 말은 독일-프랑스의 예처럼 과거의 만행은 끝까지 사실을 철저하게 밝히고 그것을 기억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하면서 그 바탕 위에 현재와 미래의 우정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덮어두라는 게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준 또 하나의 충격은 ‘통일 독트린’이라 포장한 북한 흡수 통일론이다. 여러 수사로 포장했지만 그 말의 속뜻은 북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체제가 붕괴하도록 남한 정부와 민간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통일의 교훈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은 무지의 소산이라 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학계와 정부가 수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처럼 흡수 통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린 것을 정말 모르고 있단 말인가. 동독의 급작스러운 붕괴와 서독으로의 흡수는 통일 독일에 엄청난 문제를 가져왔음을 보고도 그 길을 가려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이 붕괴하고 산업이 초토화되면 북한의 2200만명 주민 대부분이 실업자로 전락할 텐데 남한이 그걸 감당할 능력이 있단 말인가. 흡수 통일의 후유증으로 독일이 통일 이후 10여년간 경제가 고꾸라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 유럽의 병자라 불렸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고수하던 필요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무력 통일론이나 이번에 제기한 흡수 통일론이나 모두 우리 민초들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어떤 상황에서든 막아야 하고, 통일은 오랜 준비와 남북한 상호 노력을 통한 평화통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 생각도 준비도 없는 대통령과 정부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은 증권가에서 회자되는 말을 실감케 한다. 1층이 주가의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밑에 지하실이 있고 그 다음엔 지하 10층도 있다는 말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하 10층 밑에 또 무언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아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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