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투어 진출 막는 KLPGA의 소탐대실(小貪大失)

방민준 2024. 8. 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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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골프한국

 



 



[골프한국]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승 소식은커녕 선두 경쟁에 나서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올 시즌 지금까지 22개의 LPGA투어 대회가 치러졌는데 한국 선수 우승은 6월의 KPMG 위민즈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이 유일하다. 미국이 11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태국이 4승, 일본과 호주가 각 2승, 한국과 뉴질랜드 스웨덴이 각 1승 등이다. 한때 LPGA투어의 당당한 주류를 형성하며 두 자릿수 우승이 다반사였던 시절이 어느새 옛 얘기가 되어 버렸다. 쇠락하는 한국 여자골프의 현주소다.



 



반면 국내리그인 KLPGA투어는 많은 골프팬들을 끌어모으며 성황을 누리고 있다. TV 시청률을 봐도 KLPGA투어가 LPGA투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2022년 경우 KLPGA투어 수도권 평균 시청률 0.46%였던 데 비해 LPGA투어는 0.21%로 절반 이하 수준이다. KPGA투어의 시청률도 0.133%로 PGA투어 시청률 0.059%와 확연히 비교된다.



 



LPGA투어에서의 한국 선수 성적 부진의 주된 이유는 경쟁력 있는 선수의 공급부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박세리 선수가 LPGA투어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성공을 거두면서 같은 또래의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LPGA투어에 뛰어들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여자골프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박세리 키즈들의 LPGA투어 도전이 활기를 띠면서 한국 선수들이 미국 선수에 이어 LPGA투어의 주류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 2~3년의 상황은 한국이 LPGA투어의 주류에서 밀려나 많은 지류 중의 하나로 전락한 모습이다. 당장 올해 LPGA투어 우승국의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이 50%의 승률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가운데 태국이 새로운 주류로 등장했고 일본과 호주 외에 제3지대 국가 출신의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가 더 걱정이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만으로 보면 한국 선수가 여전히 미국 선수 다음으로 많지만 세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올 시즌 LPGA투어에 등록된 선수는 풀시드와 조건부 시드 등을 합쳐 모두 195명. 이중 미국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으로 22명이다. 한국 뒤로 많은 국가들에서 10명 안팎의 선수들을 LPGA투어에 진출시켰다. 한국을 바짝 뒤쫓는 국가가 12명이 활동 중인 중국이다. 그 뒤를 태국(11명), 일본 스웨덴 호주 독일(8명), 프랑스 대만(6명), 캐나다 덴마크 스위스(5명), 멕시코 스페인 남아공 필리핀(3), 필란드(2명) 등이 뒤따르고 있다. 1명의 선수를 진출시킨 국가도 뉴질랜드 이스라엘 이태리 에콰도르 네델란드 노르웨이 파라과이 말레이시아 인도 아일랜드 등으로 LPGA투어에 진출한 국가만 28개국이나 된다. 



 



앞으로 LPGA투어 진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태국이나 일본의 경우 골프협회 차원에서 LPGA투어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유럽이나 아시아지역의 골프 신생국에서도 LPGA투어 진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JLPGA는 소속 선수가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 나가면 대상 포인트를 국내 일반대회의 4배를 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후루에 아야카와 사소 유카가 우승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수나 우승 횟수는 정확히 이들 국가의 LPGA투어 진출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태국이나 일본, 호주, 남아공, 북유럽국가들에서 LPGA투어를 겨냥한 꿈나무 육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판에 KLPGA투어는 소속 선수들이 해외 투어에 참가하는 것을 막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KLPGA투어 상벌분과 위원회 제3장 제15조 제3항(출장정지) 나호 해외투어 참가 규정에는 'KLPGA 정규투어 선수는 KLPGA 메이저대회가 해외 투어와 동일한 기간에 개최될 경우, KLPGA 메이저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하여야 한다'는 족쇄 조항을 두어 우리나라 선수의 해외 대회 참여를 막고 있다. 이 조항을 어기고 출전하면 벌금을 내야 하고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성호준 중앙일보 골프 전문기자는 KLPGA의 이같은 족쇄조항 때문에 오는 22~25일 골프 성지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인 AIG 여자오픈(옛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출전자격이 있는 KLPGA투어의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AIG 여자오픈이 열리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이 열리는 탓으로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 가지 못하는 것이다.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 유해란, 최혜진, 신지애 프로 등이 출전하는 202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AIG여자오픈의 깃발. 사진제공=Oisin Keniry/R&A

 



 



AIG 여자오픈은 모두에게 출전 기회가 열린 대회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KLPGA 투어 올해 상금 랭킹 2위 이내, 지난해 상금 랭킹 1위 선수는 출전 자격이 있다. 박현경, 이예원, 박지영이 해당된다. 이 조건을 충족한 한국선수가 출전하지 않으면 대한골프협회를 통해 세계랭킹 차순위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데도 아무도 출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선수들이 벌금과 출장정지라는 패널티가 두려워 아예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 가고 싶다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KLPGA가 국내 투어의 흥행에만 눈이 어두워 LPGA투어 진출의 길을 막는다니 기가 막힌다. KLPGA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마저 '비공인 대회'로 규정해 출전을 막았다.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로 진출하는 지름길마저 차단한 것이다.



 



이번 AIG 위민스 오픈에는 미국에서 25명이 출전한다. 두 번째는 19명이 출전하는 일본. 한국은 15명으로 세 번째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든 한국 선수가 10명으로 8명의 일본보다 2명 많지만 일본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은 LPGA투어뿐 아니라 JLPGA투어에 뛰는 선수들까지 대거 출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JLPGA투어에서 뛰는 신지애를 제외하면 모두 LPGA투어 멤버들이다. 세계랭킹 3위 고진영을 필두로 김인경, 신지은, 양희영, 임진희, 김세영, 유해란, 강혜지, 이미향, 김아림, 김효주, 안나린, 최혜진, 이소미가 출전한다. KLPGA의 이기심으로 KLPGA 선수들이 마음을 접은 까닭이다.
KLPGA의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부끄럽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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