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의 도시스카프] AI 시대, 인간이 만든 도시는 영원한가
경기 판독 등 스포츠에도 인공지능 시대 활짝 스마트시티 넘어 'AI도시' 논의도 속속 등장 국내·외 도시개발 활용… 치안·교통 등 활발 시민 개인정보 수집·투명성 등 부정적 측면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화려했던 '최초의 인공지능(AI) 올림픽'인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일반인들은 영상 너머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구경하고 응원하면 그만이었지만, 파리 시민과 선수들, 운영진들은 인파와 물가 상승, 그리고 살인적인 더위로 고생을 면치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 경기 판독, 화면 분석, 방송 중계, 경기장 위험 감지, 다국어 서비스 등까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AI 모델에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훈련해서 얻어진 결과물이었다.
AI는 1956년에 처음 개념이 등장한 이후 꾸준히 연구됐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탄핵문까지 써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22년 파리에서 'Urban AI(도시 인공지능)'라는 개념이 소개되면서 스마트 도시를 넘어 'AI 도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유비쿼터스 도시'를 시작으로 2010년대 '스마트시티'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교통 관리, 에너지 효율화, 공공 안전 등 다양한 인프라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AI로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지하철 승객 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열차의 속도와 빈도를 조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시는 AI로 범죄 패턴을 분석해 범죄율을 감소시키고, 런던시는 환자 입원 상황을 예측하여 대기시간을 감축시키고 있다. 스웨덴은 공과금 미납 같은 위험 신호를 감지하여 자살이나 노숙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독사 초기 징후를 식별해 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고 방지한다.
도시 디자인에서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15분 도시'를 중국 칭화대학교에서는 AI 기반 도시계획 시스템으로 설계하여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두바이는 AI를 투명한 의사 결정과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한 단계 더 나아가 '15분 도시'를 즉시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발생 가능한 도시 시나리오가 반영된 것으로,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인구의 증감에 따른 도시의 변화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통해 예산 절감과 도시민의 니즈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인간은 유한하고 도시는 무한하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글레이즈 교수는 "도시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라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도시든 AI든 설계자는 인간이다. 다만 AI가 100년도 채 안 된 발명품이라면 도시는 약 5000년에 걸쳐 만들어졌고, 지금의 단계는 'AI 도시'인 셈이다.
비록, 도시 계획과 도시 디자인에서 AI 활용이 실험 단계에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와 변수를 고려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AI 도입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글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토론토 스마트시티 사업은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주민 반대와 데이터 이용의 투명성,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구상 단계에서 끝났다. 구글의 사업 철수는 도시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채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지상주의의 허점과 데이터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를 보여주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부 AI 준비도 지수'는 세계 6위다. AI는 입력된 데이터와 훈련 방식에 따라 인간이 원하는 정보를 생성한다. 즉, 의도된 정보 생산으로 왜곡도 가능하다. 도시 계획과 디자인에는 포괄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며, 도시 전문가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민들에게만 데이터를 요청할 수 없고, 그렇다고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정보를 내어줄 수도 없다.
AI의 엄청난 잠재력에도 'AI 도시'가 책임감 있게 포괄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행정과 엔지니어, 커뮤니티, 그리고 도시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한 투명한 준비 과정과 시민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서 단순한 가전제품인 로봇 앤드류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알게 된 후, 결국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과 선한 가치를 동경하지만, '영원히 존재하는' 기계라는 이유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권위 있는 죽음으로 인간의 길을 택한 로봇 앤드류는 인간의 가치와 영원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슈퍼맨 같은 능력을 갖춘 AI이지만, '기계'인 그는 '인간과 같은 생로병사'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마음과 감성을 원했다.
비록 영화이지만 로봇 앤드류가 스스로가 로봇인지 인간인지에 대한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던 까닭은, 로봇 앤드류가 100년도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문명, 역사, 철학을 '학습하며' 사람과 '같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학습과 훈련을 통해 AI 로봇이 얼마나 인간과 유사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유비쿼터스 도시법을 만든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AI 시대가 도래했다. 당장 SF 공상영화에 나오는 도시처럼 만들 수도 없지만, 왜 AI가 필요하고, AI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도시민에게 풍요로운 삶과 경험, 가치를 제공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영속성을 갖는 도시가 어떠한 가치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게 할지 대해 생각해야 한다.
"Thanks for showing me how to be a human! (인간답게 사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웬수같은 내 로봇'에서 로봇의 소유주인 인간 찰스가 그의 복제 로봇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도시는 도시민 '누구나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도시가 가져야 할 진정한 가치이자 영원성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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