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적국→외국’ 간첩죄 당론 추진”

김병관 2024. 8.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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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21일 간첩죄(형법 98조)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현행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활동한 산업 스파이 등을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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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토론회 열고 공론화 착수
북한 외 타국 스파이 처벌법 없어
軍기밀 누설·기술 유출 대응 한계
한동훈 “안보는 가장 중요한 민생
대공수사는 검·경서 해낼 수 없다”
추경호 “간첩법 개정 등 조속 입법”
김기현·인요한 친윤계도 총출동

여당은 21일 간첩죄(형법 98조)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수 치는 與 지도부 21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가운데)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 토론회에서 한동훈 대표(오른쪽),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수 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날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간첩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김기현, 유상범 의원 등 의원 20여명이 참석해 형법 98조 개정에 뜻을 모았다.

한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간첩법에 있어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안보는 가장 중요한 민생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활동한 산업 스파이 등을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보호해야 할 것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형법에 있는 조항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모든 게 합리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대표는 또 “보안이 생명이고 오랫동안 집중적인 리소스의 투입이 생명인 대공 수사를 경찰과 검찰이 해낼 수 없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최근 있었던 중요 간첩 사건들은 최소 5년, 10년까지 지속적인 집중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며 “8~10년 되는 수사를 검사와 경찰이 제대로 해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대공수사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드시 결실을 이뤄야 한다”며 “저희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원내대표도 토론회에 참석해 “간첩을 잡는 데 법이 문제가 많다”며 “원내에서 팍팍 밀어서 빨리 입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21대 국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켜서 간첩을 간첩으로 처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서 김기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날 토론회에는 한 대표와 껄끄러운 사이인 인사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친윤계로 직전 당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간첩을 간첩으로 처벌 못 한다고 우기는 사람이야말로 간첩일 것”이라며 “이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의원 캠프의 좌장을 맡았던 조경태 의원도 참석해 “이 법을 당론으로 정해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친윤 최고위원인 인요한 의원, 나 의원과 가까운 정희용 의원 등 의원 20여명이 자리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다양한 법률, 선진국들의 입법례와 국제정세에 비춰보더라도 외국·외국인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구성 요건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를 형법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반국가단체’를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이 있더라도 형법상 폭행·상해죄가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형법상 간첩은 좀 더 일반적 의미의 간첩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의미를 찾고 국가보안법은 북한과의 연계성과 행위의 불법성 등을 봐서 가중처벌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김병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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