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사태에 연일 터지는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연임 변수로 [은행권 하반기 CEO 인사태풍 (上)]

김나경 2024. 8.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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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장 연말 임기 만료
올 사상최대 실적에 연임 기대감
금융사고에 지배구조 등은 악재
내달부터 금융지주서 후임 인선
ELS사태에 연일 터지는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연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는 가운데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에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실적이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만큼 실적보다는 횡령·부당대출·배임 등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와 지배구조가 은행장의 연임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최대 실적 속 연임 가능성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동시에 종료되면서 내달부터 각 금융지주에서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각 금융지주는 은행장 선임을 위한 계열사 대표추천위원회 혹은 자회사 대표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최종 은행장 후보를 추천한다. 은행장 후보는 롱리스트, 숏리스트 과정을 거친다.

최대 관심은 현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다. 당장 눈으로 보이는 올 상반기 실적은 5대 은행 모두 나쁘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2조535억원 △하나은행 1조7509억원 △우리은행 1조6735억원 △KB국민은행 1조5059억원 △NH농협은행 1조2667억원 순이었다. H지수 기반 ELS 관련 충당부채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5대 은행 모두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이에 은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실적과 금융사고 관리를 모두 양호하게 관리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지난해 '리딩뱅크'를 달성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정량적인 지표, 즉 좋은 실적을 냈다면 차기 행장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한·하나은행이 안정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하나은행에 대규모 금융사고 이슈가 없었던 것도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역량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은 '2+1년' 임기를 마치고 추가 연임을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ELS 자율배상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와 ELS 자율배상에 따른 대규모 손실, 부동산담보 과당대출 사고 등이 연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근 행장 나이가 타 은행장과 비교해 젊은 편이고 조직안정 차원에서 1년 추가 연임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올랐던 허인 전 행장은 3연임(임기 총 4년)을 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총 4년간 행장을 지냈고, 하나은행에서도 연임은 물론 3연임 사례가 적지 않다.

■내부통제·지배구조도 '변수'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은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이어 발생한 횡령·부당대출 사고가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전날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 강도 높은 비판을 한 점도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조4720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6735억원으로 1년 새 당기순이익을 2015억원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리은행 직원의 180억원 횡령에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35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되면서 내부통제 관리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주가 허위로 증빙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우리은행 직원들이 기업대출을 내주고, 부동산 담보가치가 부족하거나 담보물이 없는데도 신용도를 상향 평가해 수십억 대출을 실행하면서 우리은행은 158억원 재무적 피해를 보게 된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실적보다는 농협중앙회-금융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핵심 변수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가운데 금융지주 자회사 중에서도 핵심인 농협은행 수장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크다. 농협은행장 중 '2+1년' 연임을 한 사례가 없지 않지만 2년으로 임기를 마치는 게 통상적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내부 출신 세대교체를 이뤄냈지만 올해에만 총 170억원대 금융사고가 적발된 것이 부담이다. 다만 이 행장은 일요일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목표 손익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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