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민주·공화 공약에서 사라진 ‘북한 비핵화’, 이것이 현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이 내놓은 정강정책에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빠졌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확정한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하면서도 최종 목표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한반도 문제 자체가 누락됐다. 북핵 위기 발생 이후 1996년 대선 때부터 4년마다 발표된 양당 정강정책에 한반도 비핵화가 모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강정책은 각 당이 지향하는 정책 지향점과 목표를 밝히는 문서다.
양당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뺀 것은 ‘세상을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현실주의 관점을 반영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이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수준에 근접했다고 본다. 핵 전문가들이 펴내는 미국핵과학자회보는 최근 북한이 핵탄두 약 50개를 가졌고, 최대 90개 핵무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핵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전했다. 민주당 정강정책이 ‘이란 비핵화’는 명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평가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에서 지워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 정강정책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이 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으며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만 단기간에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북한 위협 억제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을 이유로 핵 개발을 시작했고, 이 때문에 국제적 대응도 미국이 주도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지난 30년의 북핵 대응 실패를 성찰해야 한다. 물론 쉬운 답은 없다. 그렇다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대응은 억제·방어·대화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를 제외하면 최근 10여년 사이 미 정부가 대체로 억제와 방어에 기반한 현상유지에 주력해 온 점이다. 그 와중에 북한의 위협과 대미 의존 사이에서 시달리는 건 한국이다. 내년 1월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핵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 거기엔 대화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핵전쟁 위험 감소에서 시작해 궁극적인 비핵화로 가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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