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협치 물꼬 튼 여야, 법안 처리 속도 내 '밥값' 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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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돌 듯 끝도 없는 정쟁에 빠진 22대 국회가 모처럼 민생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과 함께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 육아휴직 확대법, 간호사법 등 긴요한 법안을 연달아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한 법안이 많게는 8개 정도 된다.
여야가 '1호 민생법안' 물꼬를 튼 이상 쟁점법안도 의견 차를 좁혀 합의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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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방폐장법도 머리 맞대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청문회와 탄핵 입법, 거부당한 포퓰리즘 법안 재발의 외에 한 일이 없다. 싸움박질만 하는 통에 특별한 쟁점이 없는 법안들마저 묵살된 채 뒷전으로 밀렸다. 5월 말 개원 후 인건비 등으로 1000억원 넘는 혈세를 쓰면서도 본연의 입법활동에는 무관심했다. 서민 생계와 민생회복, 개혁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모르지만 고통받는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자는 공감대에서 여야가 한발씩 양보한 전세사기특별법이 21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한 법안이 많게는 8개 정도 된다. 모두 한시가 급한 법안들이다. 양육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은 4년째 표류 중인 법안이다.
부모가 자녀당 1년6개월씩 총 3년의 더 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육아휴직 확대법, 체불임금 지연이자제도 적용범위를 재직근로자까지 확대하는 임금체불 처벌강화법,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우고 있는 진료지원(PA)간호사의 업무를 법제화하는 간호사법도 시행 시기를 고려하면 처리가 시급하다.
중앙정부가 국가산업단지 등의 전력망 인허가 특례, 보상 확대 등의 권한을 갖고 추진하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도 많이 지체됐다. 이상기후, 인공지능(AI)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력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총 622조원을 투자해 용인 등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협치도 그렇다. 여야가 '1호 민생법안' 물꼬를 튼 이상 쟁점법안도 의견 차를 좁혀 합의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도 여러 차례 폐기된 바 있는, 우선순위로 따지면 첫손가락에 꼽힌다. 필요성 측면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대승적 합의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심사가 올스톱 상태인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도 여야가 서둘러 성과를 내야 할 법안이다. 우리 수출을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과 국가적 저출생 문제가 이념과 가치 충돌로 미뤄질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국민연금법 개정도 연금 고갈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하루가 급한 중차대한 과제다. 1~2%p 차이의 소득대체율을 놓고 티격태격하다가 실기한 게 석달 전이다. 내달 초 세대별 인상률 차등화, 기초연금 재조정 등의 정부안을 포함한 포괄적 국민연금 개혁안이 나온다. 이를 놓고 여야가 연금개혁 상설특위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접점이 없지 않은 상속세 일괄공제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또는 유예 등의 세법개정도 한걸음씩 양보해 절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35%라는 역대 최저치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한 지난 21대 국회는 '놀고 먹은' 국회로 기억된다. 22대 국회가 전철을 밟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2, 제3의 민생법안을 속히 처리한다면 적어도 '싸우면서도 할 일은 한' 국회 소리를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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