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원의 컨틴전시 플랜] 전기차 포비아 대처법
혁신저항 강하면 손해 커
합리적 대처로 ‘캐즘’ 넘길
'포비아'는 그간 쌓였던 막연한 두려움이 하나의 사건으로 터질 때 괴력을 발휘한다. 원인의 본질을 찾아 대책을 찾기는커녕 존재 자체를 전면 부정한다. 비이성적, 비합리적이라고 지탄받는 이유다.
언론에 묘사되는 단어를 살펴봐도 그렇다. 전기차와 대별되는 기존 차들은 휘발유나 경유를 원료로 쓰는 '내연차'로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그런데 전기차와 대별되는 기존 차를 '일반차'로 칭한다. 그러면 전기차는 '특별차'란 말인가. 일반차는 안전성 기술력 면에서 소비자들이 익숙해졌다는 의미를 담는다. 안전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최근 벌어지는 '전기차 포비아'의 관점을 소비자의 '혁신저항'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더레산 람이란 학자가 1987년에 혁신저항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혁신확산 이론은 큰 지지를 받았다. 혁신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소비자도 반길 것이란 전제를 깐 이론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혁신으로 뛰어난 제품 서비스를 내놨는데도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다. 혁신저항 이론은 혁신 제품을 처음 만난 소비자들이 구매로 이어지기 전까지 갈등하는 현상과 원인을 찾아내는 데 역점을 둔다.
이후 연구들에서 혁신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은 혁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뜻하는 '정서적(affective)' 차원과 필요성이나 편익과 관련된 '인지적(cognitive)' 차원, 변화에 대한 행동 의향을 뜻하는 '행동적(behavioral)' 차원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이미 익숙해진 기존 제품에 비해 신제품이 심정적으로나 합리적으로 혹은 선택적으로 월등히 낫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구매를 꺼린다는 사실을 지목한다.
혁신저항 모델을 전기차 포비아에 대입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전기차에 대한 혁신저항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초기엔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바꾸는 걸 꺼렸다.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시승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매비용에 대한 저항감은 정부 보조금과 가격할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포비아는 기술적 불확실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전기차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력을 내놔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도록 배터리 안전성능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대형재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안심을 주는 캠페인이 요구된다.
혁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산업의 자멸과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를 낳을 뿐이다. 실제로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국내 전기차 완성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차 관련주 주가 하락으로 증시도 흔들렸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혁신제품을 채택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거나 연기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잃고 국내 소비자의 선택지도 좁아드는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혁신저항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심리상태를 뜻한다.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만 강조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혁신저항의 장벽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혁신저항 연구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전기차 포비아는 구매자의 복잡한 심경의 근원을 다각도로 담고 있다. 혁신저항의 근본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악해 장벽을 극복할 때 전기차 포비아는 전기차 전성시대로 진화할 것이다. 이게 바로 신제품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현상을 극복하는 비결이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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