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 대통령 ‘건폭’ 발언에 경종 울린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건설 노동자를 ‘건폭(건설폭력배)’으로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과 노조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과 민변 노동위원회 등은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윤 대통령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상대로 “노조에 대한 노골적 비하 표현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며 진정을 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무회의에서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했고, 여권 인사들은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 ‘노피아(노조+마피아)’ ‘기생충’ ‘매국의 묘혈꾼’ 등으로 매도했다.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건폭몰이’에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이 항의하며 분신해 숨지기도 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소위는 지난 2월 이 진정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하면서도 “시민들에게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해 노조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의견표명을 하기로 결정했다. 의견표명 대상은 윤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 전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권성동·김정재·박정하·성일종·임이자·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이다. 인권위는 지난 5월 피진정인들에게 보낸 결정서에서 “(윤 대통령 등은) 노동 3권을 비롯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라며 “과격한 표현으로 노조의 존재 의미나 역할을 왜곡하거나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건폭몰이에 가담한 여권인사들은 지금이라도 건설노조와 노동계에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은 이미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 경고장을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인권위 의견표명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반노동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고, 강경 반노조 성향의 김문수씨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대화 상대를 적대시하는 이런 태도로는 윤 정부가 과제로 내건 노동개혁도 기대난망이다.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노동혐오 태도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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