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쓰레기 처리’로 씨름 안 하는 피서지 만들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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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 처리 문제가 비단 해운대해수욕장에만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올 여름 부산 7개 해수욕장 방문객 규모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의 평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수욕장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데 부산 관광을 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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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부산’은 선진 질서 실천부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피서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양심’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부터 2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하다. 평일 기준으로 하루 1~2t, 주말엔 무려 4t가까이 쏟아진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수거한 양은 100t가깝다. 깨진 술병부터 플라스틱 컵, 페트병, 과자 봉지, 음식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청소 인력으로 해운대해수욕장 한 곳에만 매일 70~100명 투입되지만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올해는 장마기간에 비가 많이 안 왔고 무더위가 유난히 심하고 길어 해수욕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쓰레기 처리 문제가 비단 해운대해수욕장에만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운대나 광안리는 시내 중심가나 다름없는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어 해마다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대거 몰리고, 그 유명세에 힘입어 외국인들에게까지 인기가 높다. 아직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올 여름 부산 7개 해수욕장 방문객 규모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의 평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추산된다.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해수욕장마다 몇 년 만에 돌아오는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그 이면의 무질서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많은 비용을 들여 찾아간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유독 국내에서는 나쁜 버릇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부산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겨냥하는 관광도시다. 부산시는 세계적 컨설팅사인 ‘레저넌스’가 뽑은 ‘세계에서 살기 좋고 일과 여행하기 좋은 도시 100선’ 중 67위에 오른 사실을 최근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이에 발 맞춰 외국인 관광객 300만 시대를 열겠다고 호기롭게 선포하기까지 했다. 부산시의 이런 계획은 단순히 청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정부는 부산을 ‘국제관광도시’로 지정한데 이어 부산을 포함한 남부권 도시를 ‘K-관광벨트’로 묶어 멕시코의 칸쿤 같은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예산까지 대거 배정했다. 부산 관광의 핵심 인프라가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데 부산 관광을 논할 수는 없다.
부산 사람이든 외지인이든 여름이면 으레 바다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활기차게 즐기는 모습은 도시에 매력을 더하는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무질서와 무책임은 그 핫한 에너지를 향한 호감을 대폭 반감시킨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수거에 엄청난 시간과 행정 비용이 투입된다. 미처 발견하지 못해 모래 속에 숨어 있던 쓰레기 조각은 요즘 유행하는 맨발 걷기 열풍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바다로 쓸려 들어가면 결국은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형태로 사람 입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한바탕 피서철이 끝난 후 지저분하게 흩날리는 쓰레기 더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려야 하나. 부산시나 일선 지자체의 관리 책임을 탓하기 전에 선진 시민 의식부터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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