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이 이태원 참사 유발’ 주장 유튜버 벌금 500만원

윤 정부 비판한 20대 남성 ‘각시탈’로 허위 지목
재판부 “허위사실로 피해자 명예 심각하게 훼손”

경찰이 ‘이태원 참사’ 현장 통제를 해제한 뒤 첫 주말을 맞은 2022년 11월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추모객들이 오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한 20대 남성을 이른바 괴소문의 ‘각시탈’로 지목해 방송한 40대 유튜버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각시탈’을 쓴 남성 2명이 길에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해당 유튜버는 추모 집회에 참석한 이 남성을 각시탈로 지목했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 박이랑 판사는 21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충분한 근거나 검증 없이 피해자를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지목한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한도를 넘은 것으로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ㄱ씨는 2022년 11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이태원 참사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던 ‘각시탈’로 20대 남성 ㄴ씨를 지목해 비판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씨는 방송 하루 전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앤에스) 등에서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아보카도 오일을 길에 뿌려 바닥을 미끄럽게 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나섰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해당 방송으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자 “방송 내용이 거짓이 아니고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각시탈을 쓴 남성이 아니고, 각시탈을 쓴 두 남성이 고의로 이태원 참사를 일으킨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허위”라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