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쓰는 한국계 학교…'고시엔' 결승서 한국어 교가 울리나?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8. 21. 18:09
일본 야구를 아는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합니다. '돌풍' 정도의 단어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있는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쟁쟁한 팀들만 진출하는 '꿈의 무대'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순간 한국어 교가가 일본 열도 전역에 울려 퍼졌습니다. 재일교포들은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또 일본 전역에 "동해 바다~" 생중계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 교가입니다. 한국어 교가는 NHK 방송을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습니다.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꿈의 무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입니다.
고시엔에서는 이긴 팀이 홈플레이트에 서서 교가를 제창하고, 진 팀은 더그아웃에서 상대 팀 교가를 들으며 예를 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NHK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합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뒤 1차전부터 5차례 승리했으니, 교가도 5번 울려 퍼졌습니다. 우승컵을 놓고 겨루는 결승전은 모레(23일) 열립니다.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 2021년 4강 진출인데요, 올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겁니다.
오늘(21일) 승리는 역전승이어서 더욱 짜릿했습니다. 1회 말 2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다 6회 초 기회를 놓치지 않고 3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은 뒤 승리를 지켰습니다.
전교생 160명의 작은 학교에서 일냈다
이 학교에 야구부가 창단된 건 1999년입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자 학교 측이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야구부를 창단했습니다. 야구부 25년 만에 '여름 고시엔' 우승을 넘보게 된 겁니다.
학교가 차별을 받는 등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입니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지만, 일본 교육당국으로 정규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2004년에야 비로소 일본 정부의 정규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한국계 민족학교이긴 하지만 야구부 선수 대부분은 일본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NHK가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가사를 일본어 자막으로 내보내면서 잘못 번역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어 자막에는 '동해' 대신 '동쪽 바다', '한국의 학원' 대신 '한일의 학원'으로 번역됐습니다.
게다가 한국어 교가가 방송될 때마다 SNS에서 우익 성향의 일본인들이 올린 혐한 게시물이 퍼지고 있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일본 우익의 혐오와도 싸우고 있는 겁니다.
고시엔 구장 밟는 것만으로도 '꿈의 무대'
이곳에서 매년 3월과 8월 고교야구 대회 본선이 열립니다. 프로팀 한신 타이거즈가 이때만큼은 고교야구에 홈구장을 내주는 겁니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고교 팀이 지역 예선부터 경쟁하는 8월 대회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며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합니다.
전국 47개 광역단체 예선에서 우승한 팀들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는데, 전국에 4천 개 가까운 팀이 있으니 본선 진출 자체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한국의 고교야구 선수들은 프로 진출을 꿈꾸지만,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은 고시엔 구장을 밟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름 고시엔'이 꿈의 무대인 겁니다.
이때만 되면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본선 1차전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주요 언론사는 프로야구보다 고교야구 소식을 먼저 보도합니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하는 플레이는 물론 경기장 밖의 언행도 기사화됩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고교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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