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 빼면 생산 뒷걸음…산업용 전력·원유 사용도 줄었다
6월 반도체 생산 27% 급증 속
車·1차금속 등 줄줄이 부진
석유화학, 中물량 공세에 고전
배터리도 전기차 캐즘 직격탄
제조업 생산능력·가동률 둔화
향후 기업생산 위축 심화 우려
◆ 제조업 비상 ◆
중소 가전 업체 C사는 최근 판매량이 뚝 떨어지자 신제품 출시를 미뤘다. 제품 수요가 늘며 공장을 풀가동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C사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시장 전망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양산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 부진은 더 심하다. 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여도 적자를 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서울은 1년 새 레미콘 생산 물량이 20%, 지방은 30~40% 줄었다"며 "앞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주축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외견상 수출·생산 개선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에 가려 전체 제조업이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심해지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며 3분기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을 걷어내면 생산 증가율은 1%로 낮아진다. 반도체에 전자·통신 업종까지 빼면 생산 증가율은 0%대(0.4%)로 더 떨어진다.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생산 의존도는 더 커진다. 6월 제조업 생산은 3.9% 늘었지만, 전자·통신 업종을 뺀 생산(-2.3%)은 거꾸로 뒷걸음질 쳤다. 6월 반도체 생산이 26.9% 급증한 반면 화학제품(1.5%), 자동차(-4.1%), 1차 금속(-9.8%)을 비롯한 다른 업종은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제조 업체가 설비와 노동력, 조업일수를 감안해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생산 능력)과 가동률도 낙폭이 커지고 있다. 2분기 생산 능력이 0.9%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1.6%)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측정하는 가동률은 2분기 2.1% 증가해 마찬가지로 1분기(2.7%)에 비해 주춤한 모습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경기가 안 좋은데 글로벌 수요 확대로 반도체 업종이 나 홀로 경제를 견인하는 모습"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생산이 살아나려면 내수가 살아나야 하지만 당분간 부진한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실제 6월 제조업 출하는 내수 부진 여파로 3% 줄었다. 전자통신 업종을 뺀 제조업 출하는 4.4% 급감해 더 많이 위축됐다.
한때 반도체와 나란히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 배터리 업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석화 업종은 경기 부진 속에 중국발 저가 물량이 쏟아지며 공급 과잉 상태를 맞았고, 배터리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캐즘)에 잇단 화재 사고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들어 영업이익 302억원을 올리며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중국발 범용 제품 공세로 실적 개선 기대가 쉽지 않다. 배터리 업계도 예전 같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반기 공장 가동률이 59.4%로 반년 새 10%포인트 줄었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SK온의 가동률은 지난해 87.7%에서 올 상반기 53.0%로 3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공장 가동률이 줄자 전기와 원유 사용량도 뚝 떨어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들어 산업용 전력은 3월(0.6%)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때를 빼면 매달 감소했다.
원유 소비량 역시 2020년 팬데믹 사태 이후 처음으로 꺾였다. 매일경제가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 분석 기관인 에너지인스티튜트(E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은 279만7000배럴로, 1년 새 2.1%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생산의 선행 지표인 원유 소비와 전력 사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앞으로 산업 생산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정환 기자 / 정상봉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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