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도 한동훈 ‘회담 생중계’ 비판…“이벤트화” “성과 없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닐 것 같다”며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 생중계를 거듭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쇼”라고 선을 긋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에서도 “회담이 이벤트처럼 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의의 과정, 어떻게 사안들을 보고 있는지 국민이 보는 게 저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회담 생중계’ 주장을 폈다. 전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회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공개)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 대표의 뜻으로 알려졌다.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한겨레에 “한 대표가 모든 현안에 자신이 있다는 취지에서 회담을 공개하자고 한 것 같다”고 했다.

여야 협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생중계 제안이 공개된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도 “대표 회담을 하나의 정치 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자기 당은 물론 대통령실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거다. 쇼가 아니라 민생 해결을 위해 논의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회담 생중계의 의도와 성과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영남권 의원은 “회담을 생중계하면 회담으로서 의미가 있나”라며 “각자 입장만 얘기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과물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회담은 각자 요구와 주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동시에 양보와 타협으로 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이를 생중계하면 지지층을 의식해서라도 날 선 주장만 하다 끝나게 된다는 우려다. 5선 윤상현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을 어떻게 생중계하나. 회담이라는 게 결론을 맺기 위해 서로 양보할 것도 있고, (그 과정에서) 솔직히 밖에 얘기 못 할 것도 많다”며 “이벤트처럼 회담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