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 끝장 보는 춤짱 필선이…후회 남기지 않는 저 닮았죠”

이원 기자 2024. 8.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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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 이혜리

- 99년 거제상고 치어리딩팀 다뤄
- 사랑스럽고 대범한 필선 역 연기
- 힙합 댄스부터 사투리까지 소화
- “갓 데뷔한 후배배우들 열정 감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간 떨어지는 동거’, 영화 ‘판소리 복서’ 등에서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준 배우 이혜리가 새롭게 도전한 영화 ‘빅토리’(개봉 14일)로 극장가에 긍정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제목 그대로 승리를 응원하는 치어리더 캐릭터로 관객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영화 ‘빅토리’에서 춤생춤사 댄서지망 고등학생 필선 역을 맡은 이혜리. 걸그룹 출신으로 춤과 연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그녀는 필선 캐릭터를 위해 힙합 댄스와 치어리딩, 사투리까지 동시에 도전하며 새로운 변신을 보여줬다. 써브라임 제공


1999년 거제도를 배경으로 한 ‘빅토리’는 생판 초짜이지만 열정만큼은 충만한 거제상고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축구부를 비롯해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4년 거제고등학교 축구부 응원을 위해 결성된 대한민국 최초 여고 치어리딩 팀 ‘새빛들’을 모티브로 했다.

춤생춤사 고등학생 필선 역을 맡은 이혜리는 춤출 수 있는 동아리실이 갖고 싶은 절친 미나와 함께 축구부 응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9명의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만든다. 이혜리는 필선 캐릭터를 위해 힙합 댄스와 치어리딩, 사투리까지 연습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혜리는 “시나리오를 읽으면 ‘이 부분은 이렇게 조금 더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빅토리’는 이야기가 아주 좋았고, 필선이 캐릭터가 정말 멋졌다”며 “‘실제 나는 필선이에 얼마나 가깝고, 이 멋있는 캐릭터만큼 나 역시도 멋진 사람인가’가 걱정되더라”고 밝혔다.

이어 “박범수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필선은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별로 안 멋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반면 감독님께서 필선이 에너지 넘치면서 사랑스러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런 점은 조금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필선을 직접 연기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이혜리는 “열정적인 점은 비슷한 것 같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고 후회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닮았다. 다른 점은 필선 만큼 대담하거나 대범하진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필선은 친구가 다른 사람의 코뼈를 부러뜨린 것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며 의리를 보이는데, 저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 그러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빅토리’에는 많은 치어리딩 장면이 등장하고, 게다가 필선은 힙한 댄스를 추니 이혜리는 춤 연습에 열정을 쏟았다.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소화한 그녀는 “시나리오를 보고 총 11곡을 해야 하는 걸 알고 계획을 짰다. 재작년 11월 말부터 힙합을 준비했고, 치어리딩은 12월 말부터 연습했다. 둘 다 너무 어려웠다. 치어리딩은 필선도 처음 하는 것이었지만, 힙합은 필선이 댄서지망생이어서 춤을 못 추면 개연성이 떨어진다. 최대한 멋있어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촬영 3개월 전부터 시작한 춤 연습 과정을 설명했다.

치어리딩을 밀레니엄 걸즈 멤버로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이혜리는 “그들 중에는 ‘빅토리’가 데뷔작인 친구가 많았다. 그 친구들의 연기 열정은 밀레니엄 걸즈의 열정과 같았다. 어린 친구들의 열정에 고무돼 따라간 듯하다”며 진정성 있게 준비해 준 후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열심히 연습한 춤 장면 중 영화 초반 필선이 미나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맞춰 완벽하게 오락실 펌프 춤을 추는 장면, 조선소 노동자 집회에서 노조원인 아버지와 동네 어른들을 응원하기 위해 밀레니엄 걸즈가 추는 치어리딩 장면이 무척 인상 깊다. 이혜리는 “펌프기계를 연습실에 가져와 준비했고, 하나하나 정확하게 밟으며 연습했다. 그 장면은 몸 장면은 저희를 잡고 발은 대역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모두 다 저와 세완이의 발이다”라며 뿌듯해했다.

1999년 거제도를 배경으로 거제상고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 이야기를 그린 영화 ‘빅토리’. 마인드마크 제공


또 “조선소에서 응원하는 장면은 무척 기억에 남는다. 치어리딩과 이질감이 있는 장소인데, 밀레니엄 걸즈의 에너지와 아버지들의 시위하는 모습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상상이 안 됐다. 막상 집회 촬영 현장에 가보니 괜찮았다. 촬영이 여름이라 무척 더웠는데, 노동자로 출연한 연기자분들이 다들 지쳐있어서 정말 응원하는 마음으로 춤췄다”고 떠올렸다.

앞서 이혜리는 밀레니엄 걸즈로 출연한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그들과 함께 가장 고마웠던 배우는 절친 미나 역으로 출연한 동갑내기 배우 박세완이었다. ‘빅토리’로 박세완과 처음 호흡을 맞춘 이혜리는 “세완이가 미나 역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 역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나로 분해서 촬영하는 세완이를 보고 찰떡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또 사투리 연기에 도전한 그녀는 “실은 세완이가 부산 출신인지 몰랐다. 사투리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세완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 번도 귀찮은 내색 없이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박세완에게 감동받았던 후일담도 밝혔다. 그녀는 “세완이가 촬영 전 ‘이 작품은 혜리 네가 편해야 한다. 나는 너를 빛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야’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일 정도로 고마웠다. 정말 필선과 미나가 된 것 같았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빅토리’의 필선이 또 하나 인생 캐릭터가 된 이혜리는 “저는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이 많다. ‘빅토리’의 시기나 벌어지는 상황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마치 겪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관객분들에게도 ‘빅토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계속 꺼내보고 싶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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