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농업인 건강검진에선 ‘농약 중독 검사’도…국가 지원 절실

정대하 기자 2024. 8.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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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하고 농약을 쳤는데도, 구토 증상을 느낀 적이 있었지요."

전남 화순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여성 농업인 황아무개(56)씨는 지난달 초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농약중독 검사는 오로지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에서만 받는 항목이다.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여성 농업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 기능, 농약 중독 등 5개 영역, 10개 항목에 집중하면서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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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첫발을 내디딘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이 여성 농업인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마스크를 하고 농약을 쳤는데도, 구토 증상을 느낀 적이 있었지요.”

전남 화순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여성 농업인 황아무개(56)씨는 지난달 초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피로감과 빈맥 증상을 느꼈던 것이 경미한 농약 중독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땀에 젖은 면 장갑과 면 옷을 통해 농약 성분이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농약중독 검사는 오로지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에서만 받는 항목이다.

여성 농업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사업이 올해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자치단체 공모로 진행되면서 자치단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치단체 분담금과 자부담 등을 줄이고 국비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19일 보건복지부 질병청이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 의뢰해 수행한 ‘제7기(2016~18년) 국민건강 영양조사’(40~69살) 자료를 보면, 여성 농업인의 관절염 진단 비율(유병률)은 29.8%로 사무직 4.8%에 견줘 약 6.2배 높았고, 고혈압은 28.6%, 당뇨 9.5%로 4~4.5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여성 농업인들이 밭일과 농약 살포 등 농사일 외에도 가사노동까지 전담하면서 각종 ‘골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20억원을 들여 여성 농업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을 시작했다. 2년간 시범사업을 거친 이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본사업으로 바뀌었다. 사업비도 43억원으로 늘었고, 검진 지원 대상도 9천명에서 3만명으로 확대했다. 다만, 검진 대상은 51~70살로 한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엔 농약중독검사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검진은 2년 주기이고, 비용은 국비 50%, 지방비 40%, 자부담 10%다.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여성 농업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 기능, 농약 중독 등 5개 영역, 10개 항목에 집중하면서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았던 오아무개(53·경북 상주)씨는 근골격계 질환 검사를 하던 중 신장암을 발견했다. 우아무개(60·충북 진천)씨는 2022년 8월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하면서 만성폐쇄성 폐 질환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은 올해 전국 226곳 시·군·구 가운데 22%인 50곳만 참여했다. 그나마 참여 자치단체도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사업비를 편성하는 바람에 사업 시작이 늦어지면서 지금까지 수검률은 21.4%에 불과하다. 일선에선 현재의 공모 방식을 비공모 방식으로 전환해야 자치단체 참여가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진 대상 연령 확대도 과제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화학물질 등에 노출된 산업계 노동자들은 특수건강검진이 필수 항목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국가 지원 대상”이라며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대상도 최소 40~80살로 확대하고,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보현 화순성심병원 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여성 농업인들이 국가 일반건강검진과 국가 암검진을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과 연계해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질환의 예방과 상담, 치료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비 전액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남경원 농림특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은 “여성 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을 국비와 지방비를 분담해 진행하는 것은 중앙과 지방간 역할 분담에 따른 지자체의 참여 확대 유도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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