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험한 수술 내몰아”···전문가들 ‘안전한 임신중지’ 대안 촉구
정부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낙태죄 폐지 이후의 제도 공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들여 대안 마련을 하기보다는 여론에 떠밀려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센터가 21일 연 ‘재생산 권리’ 시리즈 출간 기념 토론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36주 임신중지 브이로그’ 영상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제도 개선이 없는 현실에서 여성이 처한 위기의 실태는 외면하고 처벌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최현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거나 임신중지가 가능한 병원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별도 입법이 없어도 가능한 일인데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직무유기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말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낙태죄가 존재했을 당시 많은 여성들이 위험한 임신중지 시술을 하다가 사망한 사건을 복지부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가 임신중지 논의를 오히려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새롬 인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해외에서는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전문가들의 활동이 적극적이지만 한국의 의료전문가들은 임신중지와 여성의 건강권 논의를 견인하기는커녕 퇴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치 속에서 위험한 임신중지 시술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현장에서는 약물을 사용해 충분히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주수인데도 무리한 제왕절개를 하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며 “약물·수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비범죄화 이후에도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121727001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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