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순찰차서 사투"… 장애인단체 울분

하동 순찰차 변사 사건 파장
경남장애인부모연대 성명
"안전불감에 발달장애인 희생"
경찰에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지적장애를 가진 40대가 내부에서 열 수 없는 순찰차 뒷좌석에 갇혀 숨진 사건(국제신문 21일 자 9면 등 보도)과 관련, 지역 장애인 단체가 “발달장애인이 안전불감증의 최대 희생자”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여성은 순찰차에 탑승하기 직전 파출소 주변을 배회했지만, 경찰은 이를 놓치는 등 근무 태만 의심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40대 여성이 탑승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경남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독자 제공

21일 경남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을 내고 “폭염 속 밀폐된 차 안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 지적장애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울분과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며 “발달장애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최대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원을 주축으로 도내 18개 시·군에 각각 지회를 둔 이 단체에는 발달장애인 가족 등 500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시민을 지키는 데 사용되는 경찰차에 사람이 갇혀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면, 차량을 주기적으로 점검했다면, 장시간 차량에 사람이 방치될 때 이를 알리는 장치가 있었다면,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어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조사해 과실이 밝혀질 경우 중징계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제 제기는 경찰의 근무 태도와 무관치 않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2시께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진 순찰차 뒷좌석에서 2급 지적장애가 있는 40대 여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5일 새벽 2시께 그가 순찰차에 들어간 지 36시간 만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부검 결과에 따르면 A 씨는 16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전후 2시간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에 탑승한 뒤 10~14시간 생존해 있던 셈이다. 사망 원인으로는 고체온증 등이 고려된다.

CCTV에는 A 씨가 순찰차에 들어가기 직전 파출소 정문 현관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A 씨는 파출소 앞 도로 기준 정문 오른쪽 자리한 주차장으로 이동, 문이 잠겨진 순찰차 진입이 여의치 않자 잠금 장치가 풀린 다른 차량에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 안에 있던 당직 근무자 4명은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규정상 차량을 확인해야 하는 당직 근무 교대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A 씨가 차량에 있던 16일 오전·오후, 17일 오전 등 3차례 근무 교대가 이뤄졌다. 특히 16일 오전은 A 씨가 살아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다.

당시 근무자들은 차량 운행 기록 등을 확인했지만 A 씨가 뒷좌석에 있던 탓에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파악하려면 시동을 켜야 하는데, 시동과 함께 작동하는 블랙박스가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꺼진 상태로 발견돼 이들 진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의 부실한 근무가 A 씨를 구할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