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품고 사는 청춘들 위해” 25년차 고아성의 새로운 변신 ‘한국이 싫어서’ [종합]
[뉴스엔 글 장예솔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한국이 싫어서' 배우 고아성이 뉴질랜드 유학생으로 변신했다.
8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장건재 감독,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이 참석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장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이 싫어서'는 시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고아성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계나 역을, 주종혁은 계나가 뉴질랜드에서 사귄 친구 재인 역을, 김우겸은 계나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귄 남자 지명 역을 맡았다.
이날 장건재 감독은 '한국이 싫어서'를 제작한 계기를 묻자 "원작 소설을 2015년 출간된 해에 접했다. 읽자마자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더라. 바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서 영화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2016년 초에 대본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지금껏 맡은 캐릭터와 계나의 차별점을 묻자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동안 선택했던 영화들처럼 제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만약에 이 역할을 놓친다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며 "계나를 통해 청춘의 결기 혹은 사회 초년생의 열정이 지난 직장 생활을 7년 정도 한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계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뉴질랜드에서 수년을 보낸 계나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고 싶어서 교포 메이크업에 신경을 썼다. 또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다 보면 피부부터 달라질 것 같아서 처음으로 태닝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입은 의상을 다 현지에서 구매했는데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인처럼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을 보냈던 주종혁은 "촬영지가 제가 학교를 다녔던 곳이어서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다. 경험이 있다 보니 뉴질랜드 유학생을 누구보다 재밌게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 랭귀지 스쿨에 가면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때가 많이 생각나더라"며 "뉴질랜드에서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졸업 후에도 계속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그 친구의 삶을 듣다 보니까 그때의 공기가 몸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유학 생활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유학을 떠났다는 주종혁은 "제 의지가 아니라 행복하지 않고 외로웠던 것 같다. 근데 군대 제대 후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유학 생활이 많은 자양분이 됐다. 지금도 부모님은 굉장히 미안해 하시는데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 순간 모든 것들이 다 행복이었다. 지금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계나와 달리 현실적인 성격의 지명을 연기한 김우겸은 "지명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닮은 것 같다. 계나 입장에서 봤을 때 눈치도 없고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근데 어떻게 보면 저한테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낙관적이고 그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모습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지명처럼 살고 싶은데 어느 정도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지난해 9월 개인 일정을 소화하다 천추골 골절을 당해 전치 12주를 진단받았다. 어쩔 수 없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불참했던 고아성은 "병원에 두 달 입원했을 때 개막작 선정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면서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참석하고 싶었다. 근데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 전화로라도 관객과 만나고 싶어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전화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든든한 존재였던 만큼 고아성의 불참은 장건재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종혁은 고아성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촬영하면서 너무 편했다.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잘 받아줘서 '역시 오래된 선배님의 짬바'라는 생각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우겸은 "화면에서만 봤던 선배님이고 스타라 실제로 봤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생각보다 털털하고 엄청 쿨해서 연기할 때 편했다. 부담도 주지 않고 '네가 하는 게 정답이야' 이런 느낌으로 대해주니까 동료 배우로서, 후배로서 너무 좋았다"고 거들었다.
지난 1999년 데뷔해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은 고아성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계나에 감정 이입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일했지만 자아가 성립된 상태가 아니었어서 경력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나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시는 분들의 의견이 반반 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항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경우 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관객을 하나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반면 이 작품은 지명 같은 입장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부류를 모두 고려하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장건재 감독은 영화 속 대사로도 등장하는 '헬조선'에 대해 "한국 사회는 각자 위치에서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있다. 저는 40대 가장으로서 계나와 다른 처지이지만 한국 사회는 살기 어렵고, 소수자가 된다면 훨씬 더 어려운 사회가 된다. 영화가 이런 담론을 모두 끌어안고 있진 않는다. 그러나 가시화된 인물에게도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어서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이 싫어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뉴스엔 장예솔 imyesol@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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