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새 시대 박물관

2024. 8.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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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이라는 단어는 기원전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왕실 부속 학술원인 '무세이온(Mouseion)'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과 전쟁, 재해 등으로 인해 무세이온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박물관은 귀족과 교회 등 일부 계층의 사적인 수장고나 과시용 전시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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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이라는 단어는 기원전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왕실 부속 학술원인 '무세이온(Mouseion)'에서 유래되었다. 무세이온은 자연과학과 문헌학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학문적 호기심과 예술적 상상력을 충족시키던 장소였다.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 유클리드기하학의 에우클레이데스, 인류 최초로 지동설을 주장한 아리스타르코스 등 당대 유명 지성인들이 이곳에서 학문적 활동을 펼쳤다. 무세이온은 또한 전리품과 회화 등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자연과 역사, 문화를 교육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헬레니즘 시대에 무세이온이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번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문화적 호기심과 막대한 재정적 후원이 있었다. 당시에도 예술품과 유물, 고고학 자료 등을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자를 초빙해 학술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가 있어야만 박물관이 세워지고 발전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모인 공간인 박물관은 이러한 토양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과 전쟁, 재해 등으로 인해 무세이온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박물관은 귀족과 교회 등 일부 계층의 사적인 수장고나 과시용 전시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이후 18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은 박물관의 대중화를 촉진시켰다. 시민이 중심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특권층의 수집품과 전시실이 대중에게 개방되었고,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박물관을 통해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문화를 배우고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1759년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영국의 대영박물관, 1764년 러시아의 겨울궁전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예르미타시 박물관, 그리고 1793년 프랑스대혁명 중 개관한 루브르 박물관은 현대 박물관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이들 박물관에는 현재까지도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가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국가의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서 박물관을 설립하고 육성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복도시 세종에 국립박물관단지를 조성 중이며,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개관한 국립어린이박물관을 필두로 도시건축, 디자인 및 디지털 문화유산 등 다채로운 테마를 지닌 개별 박물관들이 이곳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2030년까지 완공되면 주제별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기능까지도 수행할 것이다.

미국 작가 로이스 로리는 SF 소설 '메신저'에서 "박물관은 우리가 어떻게, 왜 여기에 왔는지를 기억하고, 과거로부터 배움을 얻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곳"이라고 말했다. '행복도시 국립박물관단지'가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보며, 이 시대의 새로운 '무세이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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