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초거대AI 경쟁… 한국 AI모델 8개로 `3위`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급증하는 대형언어모델(LLM)들은 기업 수요 공략에 집중하며 사업 수익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산 초거대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세계적으로 총 144개(누적)의 초거대AI 모델이 출시됐다. 이 중 104개 모델은 지난해 등장한 것으로, 해당 기간 모델 출시 수가 연평균(CAGR) 226.1% 증가한 수준이다.
4년 동안 초거대AI 모델을 가장 많이 개발한 국가는 미국(64건), 중국(42건), 한국(11건), 프랑스(6건), 영국(5건) 순으로 조사됐다. 2023년 한 해 기준으로는 미국(41건), 중국(37건), 한국(8건), 프랑스(5건), 일본(3건) 순이다. 한국은 모두 미·중에 이어 3위에 위치하며 일정 이상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유했지만, 문제는 경쟁이 지속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디바이스AI가 부상하면서 일정 영역에 특화된 SLM(소형언어모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지능·범용성을 보유한 초거대AI 중요성 또한 앞으로 더욱 강조되면서 양쪽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모델 등 SLM 중심으로 진행돼온 기업 맞춤화 수요 공략도 초거대AI로 접근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오픈AI는 20일(현지시간) 자사 최신 멀티모달모델 GPT-4o(포오)를 기업들이 미세조정(파인튜닝)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GPT-4o와 그 경량화 버전인 GPT-4o 미니 등을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 기반으로 맞춤화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전까지 오픈AI는 GPT-4 등 플래그십 모델에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모델을 지원하는 IT서비스기업 등의 생성형AI 플랫폼에서 오케스트레이터와 검색증강생성(RAG)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 쓰였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의 이런 움직임은 비즈니스용 AI제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이 AI투자에 대한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업데이트한 'IT 지출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은 IT예산의 약 4.5%를 생성형AI에 할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올해 4.7%에서 향후 3년간 60%가량 성장해 2027년에는 7.6%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페데리코 파브리 BCG MD 파트너는 "빠듯한 예산 환경 속에서 생성형AI가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기업 CIO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보다 명확하고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AI 투자 규모는 약 672.2억달러, 중국과 영국의 경우 각각 77.6억 달러, 37.8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13.9억 달러로 9위 수준이다. 추격하는 입장에서 이런 '머니게임' 극복방안이 필요하다고 SPRi의 이번 보고서는 주장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초거대 AI 모델 중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공개된 범용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범용성 있고 공개 가능한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 필수적이라 사료된다. 다양한 언어·분야에 적용 가능한 범용 모델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을 육성하거나 정부 주도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성배 연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과학 교수)은 "AI 경쟁 격화로 선두주자와의 기술격차도 심화되는 추세라 특화 AI 앱·서비스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데이터·AI 주권을 위한 '소버린AI'에 대해 각국이 그 필요성에 주목해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AI 역량을 고려하고 한국 AI의 앞날을 바라보며 함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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