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래 UNIST 총장 "스탠포드 향한 도전, 울산은 개척자 정신 갖춰"
대기업 창업주들이 꿈을 키워낸 개척자들의 땅 울산과 닮아
'PIONEERS 인재 교육', '단계별 맞춤형 융복합 연구 플랫폼'
울산 접목할 새 동력은 디지털 전환과 산업 로봇, 스마트 제조업
반도체, AI, 메디컬, 탄소중립 등 4대 분야, 집중 지원 계속 필요
중소 · 중견기업 통한 지역 산업체와 연결성 계속 확대해 나갈 터
"미국 서부 개척의 땅인 실리콘 밸리에 있는 세계적 명성의 스탠포드 대학과 같이 UNIST를 울산의 스탠포드로 키우겠습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박종래 총장은 UNIST가 세계 무대로 도약하기 위한 키워드로 'PIONEERS(개척자) 정신'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창업주들이 꿈을 키워낸 개척자들의 땅인 울산과 미국 서부 개척의 땅인 실리콘 밸리가 닮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21일 오전 11시 UNIST 본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학의 비전과 계획을 발표했다. 박 총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을 가졌다.
박 총장은 "UNIST는 창의적 통찰력과 융합적 연결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PIONEERS 인재 교육'에 주력하면서 '기술 진화 단계별 맞춤형 융복합 연구 플랫폼', '글로컬 윈-윈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의적 통찰력은 새로운 가치와 효용을 발견해내는 것 그리고 융합적 연결력은 다양한 현상을 관통하는 원리를 꿰뚫고 그것이 미칠 파급 효과를 예견까지 가능한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진화 단계별 맞춤형 융복합 연구 플랫폼은 지역 산업체들과의 연결성 강화·확장, 스케일업 연구 결과의 고부가 가치화와 기술 이전을 위한 PIONEERS 플라자 조성 등이다.
또 글로컬 윈-윈 협력 플랫폼은 해외 유수 대학에 UNIST의 거점 실험실을 구축하고, 저개발국가와는 UNIST의 성공 경험을 공유해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박 총장은 "울산의 개척자 정신을 바탕으로 기초 연구와 산업을 긴밀히 연결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해, 지역과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는 리더들을 배출 양성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다음은 박종래 총장과 기자들간 일문일답.
- UNIST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그리고 UNIST가 15년 동안 성장했는데 더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면?
"UNIST라고 하는 인력 양성 기관, 연구 중심 기관이 가져야 할 고유한(UNIQUENESS) 것이 확보되어야만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런 분야를 선별하고 또 집중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2차 전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연구 분야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더욱 더 강화시켜 나가겠다. 현재 AI(인공지능)가 열풍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도태되지 않으려면 AI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AI 분야도 다른 어떤 누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 울산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라는 점이다. UNIST가 갖고 있는 강점을 접목해서 새로운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전환과 산업 로봇이다. 메카트로닉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머신에 집중할텐데 이는 스마트 제조업과 관련되어 있다."
- 울산의 스탠포드를 제시했다. 스탠포드 대학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부분이 UNIST가 본 받아야 할 부분인가?
"실리콘 밸리의 출발점이 스탠포드였다. 스탠포드 캠퍼스 내에 있는 차고에서 휴렛패커드를 창업한 학생들이 처음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실리콘 밸리의 출발점이다. 청년 창업이 지금의 실리콘 밸리라고 하는 결과물을 탄생하게 한 씨앗이었다. 청년 창업이 그러한 지역 산업을 이렇게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웠다. 그렇게 키워놓고 보니깐 지역 산업이 스탠포드로 끊임없이 자본과 아이디어가 유입이 됐다. 이 같은 선순환이 계속 일어난 것이다. UNIST도 지역 산업체와 함께 그런 역할을 좀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포드를) 롤 모델로 삼았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역 대학인 울산대학교, 울산과학대학교와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각은?
"울산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의과학대학과 AI 분야에서 인력 양성을 어떻게 하겠다, 대학 조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가령 AI 경우, 어느 특정 개인이나 특정 기관 하나만 가지고는 그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인력 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인력들이 같이 AI 교육을 받거나 공동학위제 같은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이 (글로컬대학) 계획서에 담겨 있고 아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 대학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구 중심 대학인 UNIST는 학부 교육을 공유하고 거기에서 선발된 인원들을 조금 더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동안 유니스트는 4대 분야(반도체, AI, 메디컬, 탄소중립)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해당 분야는 연속성 있는 사업 분야로 연구가 강화된 것으로 아는데 박 총장의 생각은?
"UNIST의 고유한(UNIQUENESS) 것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연구 분야를 선택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4대 분야는 지역 이슈이기도 하고 글로벌 이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는 어느 한 개라도 놓칠 수가 없는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바이오메디컬 헬스케어 쪽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UNIST가 연구 중심 대학으로 교수들의 연구를 뒷받침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할텐데.
"UNIST가 지금 현재 단계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울주군과 울산시의 지원이 끊겨 있는 상태이다. 일단 외부적인 지원을 차치하고 자체적으로 자생력을 일단 먼저 키워야 된다. 그것의 동력은 역시 기술 사업화와 창업이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우리 UNIST에는 교원 창업, 학생 창업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 올해 기준으로 87개 정도 창업 기업이 있고, 그 중에서 기업 생존율도 5년으로 굉장히 높다. 창업 기업들 중에는 상장 기업이 2개가 있다. 상장 기업을 통한 예상되는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부 받은 것을 보면, 덕산그룹의 이준호 회장님께서 300억 원이라고 하는 거금을 쾌척해 주셨는데 그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은 기술 사업화, 지분 확보, 창업 활성화이다. 이를 통해 규모를 키워 나갈 수밖에 없다. 제 임기 동안에 지분 확보나 지분 가치 실현을 통해서 보유할 수 있는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관련해서 UNIST 발전기금재단에 대한 박 총장의 생각은?
"UNIST 발전기금재단은 하나의 조직으로 발전기금을 홍보하고 접수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 같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께서 발전기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컨대 발전기금을 이야기 하면 처음부터 큰 돈을 생각하기가 쉬운데, 시민 한 명이 한 달에 천 원 내지 만 원을 기부할 수 있다. 이 기금이 우리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이다. 가볍게 생각을 하고 쉽게 접근을 해주셨으면 한다. 발전기금재단은 지역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사진이 구성되어 있다. 또 그 분들이 영향력이 있다 보니깐 각자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더 내주셨으면 좋겠다."
- UNIST의 벤처 창업과 연구 개발 업적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울산의 산업체와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 연결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UNIST가 창업한 기업의 가치는 12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아직까지 가치 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예측되는 가치가 그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가치는 지금 현재도 계속 성장 중이다. UNIST에서 유니콘이 되는 한 기업만 나와도 성공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UNIST의 재정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러한 가능성을 보고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산업과 연계성이 부족하고 체감이 왜 안될까? 현재 대기업 경우, 주요 R&D(연구 개발) 기능을 수도권으로 다 이전했다. 대기업에게 있어서 울산은 그냥 생산 기지일 뿐이다. 브레인은 없고, 손발만 있는 게 현실이다. UNIST는 R&D 기능 접점을 중소 · 중견기업에서 찾고 싶다. 지역 산업체와 연결성을 확대시키겠다는 거다. 즉, 중소 · 중견기업들 중에는 2세 승계와 맞물려서 과업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UNIST와 협력을 하는 것이다. 대학이 갖고 있는 기술을 이전하면서 좀 더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 UNIST가 15년 동안 성장하면서 이제 40대 후반 교수들이 대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UNIST 교원이 좋은 성과를 내고, 수도권에 있는 대학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 개인의 성취 욕구를 따라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IST가 갖고 있는 좋은 연구 기반 인프라 그리고 동료들과의 협업 문화. 이게 우리 대학 만의 독특한 연구 문화라고 볼 수 있다. UNIST 만큼 협업이 잘 되는 연구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연구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교원은 교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각자가 꿈꾸는 삶을 실현시켜 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그런 터전 위에서 각자의 성공을 이루기를, 총장으로서 그리고 우리 학교 기관 차원에서 충분히 지원할 생각이다."
- UNIST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간의 통합에 대한 박 총장의 생각은?
"두 기관의 통합과 관련해서는 전임 총장님으로부터 들었다. 또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도 파악하고 있다. 기관 대 기관의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연구 협력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해 갈 필요가 있다. 당분간은 연구를 중심으로 해서 협력을 강화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기관 대 기관 통합 같은 것도 한번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서두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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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반웅규 기자 bangi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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