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 품계석·경회루 석조물 “손상으로 보존관리 시급”

도재기 기자 2024. 8.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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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도 평가 결과, 갈라지고 벗겨지고 변색
29일 관련 ‘궁·능 석재’ 주제 학술대회
건원릉·광릉 등 조선왕릉 일부도 “조치 필요”
국가유산청 “일부 보존처리, 예산편성 진행 중”
각종 석조 조형물의 물리적 손상과 변색이 벌어져 보존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경복궁 근정전 전경. 조정이라 불리는 마당 양편에 품계석들도 보인다. 국가유산청 제공

경복궁의 핵심 건물이자 국보로 지정된 근정전·경회루 일대 석조 조형물과 품계석 손상에 따른 보존·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구리의 건원릉과 현릉, 남양주의 광릉, 서울의 헌릉 등은 다른 왕릉보다 풍화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오는 2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하는 ‘궁·능 석재: 돌(石)이 들려주는 이야기’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경복궁 경회루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21일 미리 공개된 학술대회 자료집에 실린 ‘경복궁 석조조형물의 손상 특성과 보존관리 방안’(김지영 헤리티지포올 책임연구원)은 ‘조사 결과 석조 조형물의 높은 손상도 등으로 경복궁에서 보존조치가 시급하고 집중관리가 필요한 곳은 근정전 마당의 품계석, 근정전과 경회루 구역”이라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경복궁 내 조각상·난간·기둥 등 석조 조형물 915점의 물리적 손상 현황과 특성, 생물적 손상과 변색 손상 등을 조사·분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915점 가운데 35.5%에 이르는 325점에서 표면이 벗겨지거나 떨어지는 박리·박락 현상이 발견됐다. 또 갈라지는 균열은 220점(24.0%), 아예 떨어져 나간 탈락은 195점(21.3%)에서 확인됐다.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석조 조각상. 국가유산청 제공

특히 보존관리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손상도 3등급’에 해당하는 석조 조형물은 경회루와 근정전 구역, 근정전 마당의 품계석 순으로 많았다. 특히 월대 난간, 계단 등 석조조형물이 많은 근정전의 경우 균열, 탈락, 박리·박락, 변색 등 각종 손상이 발생한 부재가 모두 432점에 이르렀다.

품계석도 균열과 박리·박락 발생율이 각각 60%, 58%에 이르러 높은 물리적 손상율을 나타냈다. 경회루의 석조조형물은 다른 구역에 비해 박락과 흑색 변색의 비율이 크게 높았으며, 아미산과 향원정의 석조 조형물들도 일부 물리적 손상과 함께 변색이 확인됐다.

경복궁 경회루의 길고 큰 돌기둥들. 국가유산청 제공

보존·관리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가장 시급하게 보존관리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대상은 근정전 및 품계석, 경회루 구역’이라며 근정전 구역의 경우, ‘석조 조형물의 밀집도가 가장 높고 방문객 수가 가장 많아 관리와 통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품계석의 경우 ‘적극적인 보호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회루 구역은 ‘수분에 늘 노출돼 있는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 보존처리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석조물 손상 등을 우려해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근정전 월대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힌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경회루 석조물의 보수정비 계획 확정, 정기 현장조사 등 경복궁 내 석조 조형물의 모니터링과 보존처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는 4억5800만 원의 예산(정부안) 편성을 추진해 경복궁 내 중요 문화유산(석조물) 보존처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세계유산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의 보존상태 조사 결과’(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이태종·조하진)에 따르면, 40기의 조성왕릉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조성된 왕릉들은 상대적으로 풍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구리의 ‘동구릉’에 있는 태조 이성계 능인 ‘건원릉’과 각종 석조문화유산들.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왕릉 40기의 석조문화유산 4763점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담은 주제 발표문은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은 전체적으로 볼때 비교적 양호한 보존상태’라며 ‘하지만 구리 건원릉·현릉, 남양주 광릉, 서울 헌릉, 영월 장릉, 파주 순릉, 고양 희릉 등은 상대적으로 풍화등급이 높아 적절한 보존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석조문화유산의 경우 부재 조각이나 문양 상당부분이 손실됐고, 손실된 부분에서 2차 손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표문은 ‘해당 석조물의 물성을 보강하기 위한 접착·충전, 표면 강화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존관리 대책과 관련해 ‘궁능유적본부가 5개년 계획으로 중장기 보존대책을 마련해 현재 보존처리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9일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이들 주제 발표문 외에 ‘고문헌에 기록된 조선시대 궁·능의 석재 산지’(이연노·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조선시대 궁궐 기초의 축조 방식과 편년’(최인화·국립완주문화유산연구소), ‘경복궁 광화문 월대 복원공사 과정과 의의’(최자형·궁능유적본부), ‘조선시대 궁궐과 종묘에 사용된 석재의 재질 및 산지와 복원용 석재 제안’(이명성·국립문화유산연구원) 등이 발표된다. 주제발표 이후 김사덕 명지대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도 이어진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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