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펀드, 개미만 환율위험 노출

김남석 2024. 8. 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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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침체에 투자자산 가치하락
은행서 환헤지 계약 연장 거절
개인투자자에 손실 전가 지적도
[연합뉴스 제공]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공모펀드에 새로운 위험이 추가됐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에서는 환율 리스크를 헤지(위험회피)한 반면, 공모펀드는 기존 환헤지 전략에서 환노출로 변경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이하 1호)와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 281호(파생형)'(이하 281호) 등이 최근 환전략을 기존 환헤지에서 환노출로 변경했다.

1호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5월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에 이어 이번 1호까지 환전략을 노출로 변경했다. 281호를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도 환헤지 계약 연장에 실패하며 결국 전략 자체를 변경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나 손실이 변동되지 않도록 처음 정해진 환율로 배당금과 매각차익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환노출은 해당 시점의 환율에 따라 손실이나 이익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01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브라질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가 헤알화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당시 투자 부동산은 가격이 올랐지만, 부동산 상승보다 헤알화 가치 하락 폭이 더 커지면서 이익을 냈지만 사실상 손실을 본 상황이 됐다.

이후 해외부동산 펀드 대부분이 환헤지형으로 설계됐다. 최근 전략을 변경하고 있는 상품들 모두 최초 설정 당시에는 환헤지 계약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변경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의 환전략이 바뀌자 손실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는 여전히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공모펀드만 환노출로 변경하자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리스크를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환율 전략 변경이 운용사의 결정이 아닌 환헤지 계약을 제공하는 은행의 거절로 발생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한투리얼에셋은 지난 5월 환전략 변경을 공지하며 "환헤지 계약을 제공하는 은행들이 공모 펀드에 대해 환헤지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경우 환헤지 연장계약 비용 발생 시 추가 출자를 통해 정산 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추가 출자가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헤지 연장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계약 연장을 못할 경우 펀드가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헤지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만기 시점 환율에 따라 환정산차금을 지급해야 한다. 해외부동산펀드가 우후죽순 늘어난 2019년 당시 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3원이었지만, 이달 1376원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해외 부동산시장 침체로 투자자산 가치가 떨어지며 펀드에서도 손실이 발생 환정산차금을 지급하는 못하는 사례까지 나왔고,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환헤지 계약 연장을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해외부동산 전문가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 침체 우려 상황 속 이를 부양하기 위해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부동산의 부정적인 펀더멘털 자체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에 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부실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지스와 한투 등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환노출 전략이 마냥 손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모펀드에서는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환노출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환노출이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환헤지 계약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인데 운용사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환노출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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