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로 상권분석···은행 새 점포 입지 골라줘" [스케일업 리포트]

이덕연 기자 2024. 8.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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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밸류
건물·부지 데이터 수집·분석
신한銀·하나카드 등과 거래
상권 데이터로 유통업 공략
작년 딥테크서 드물게 '흑자'
"中企에도 솔루션 주고 싶어
국내 모든 데이터 허브 될것"
구름 빅밸류 대표
[서울경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등 본격 상용화가 될 경우 미래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딥테크’ 산업에서 아직까지 흑자를 내기는 쉽지 않다.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연구개발(R&D)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설령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돈을 벌어 들일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AI·빅데이터 전문 기업 빅밸류는 딥테크 기업으로서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면서 기술을 수익으로 연결 짓는 데 성공했다.

사진 설명

빅밸류는 동네, 건물, 부지 등 각종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정제·분석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다. 연립·다세대 주택(빌라) 시세를 측정해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중앙회, 하나카드, 뱅크샐러드 등 금융권에 제공하고 토지·건축물 정보를 야놀자와 KT에스테이트가 설립한 합작 법인 트러스테이에 공급한다. 또 각종 사업 부지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분석해 건설 업계에 제공하고 상권 분석 데이터 및 솔루션을 유통 업계에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다. AI·빅데이터 기술을 수익화가 가능한 각 사업 분야에 적용해 매출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기술 수익화 성공=이달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구름 빅밸류 대표는 “AI나 빅데이터 같은 기술로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결과 결국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데 성공했다”며 “그동안 축적해 놓은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고객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빅밸류는 초기에는 빅데이터 기술에 집중해 연립·다세대 주택과 같은 비정형 공간의 시세를 측정하는 사업 개발에 집중했다. 공간이 규격화 돼 있어 시세 비교가 수월한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자리 잡은 부지의 경사도나 주변 건물의 층고 등에 따라 시세가 현저히 달라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빌라를 담보로 한 대출을 진행할 때 시세 측정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빅밸류가 집중한 것은 빌라와 같은 비정형 공간의 시세를 동네 건축물 전체의 건축물 대장 등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측정한 후 은행권에 제공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는 전국 읍·면·동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정제·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매출이 크지는 않아 빅밸류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니었다. 이에 빅밸류는 데이터 분석 기술력을 여러 연관 분야에 적용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구 대표는 “우선 집중한 것은 한 지역 내 카드 사용, 유동 인구, 인근 부동산 시세 등 상권 분석에 쓰일 수 있는 데이터를 망라해 분석한 상권 분석 사업이었다”며 “‘AI 로빅’이라고 이름 지은 이 사업은 전국 각지에 점포를 내야 하는 국내 유통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빅밸류가 예상했던 것보다 AI로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은 이미 상권을 분석하는 자체적인 팀을 갖추고 있었고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도 자체적인 분석 인력을 쓰기를 원했다. 이때 빅밸류가 선택한 것은 그동안 구축해놓은 상권 분석 데이터셋을 활용해 은행권의 신규 점포 최적 입지 선정을 돕는 것이었다. 빅밸류는 이미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과 빌라 시세 분석 사업으로 협업하고 있었기에 점포 출점 입지 분석 사업에서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빅밸류의 판단은 적중했다. 국내 대형 은행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따라 점포를 줄이는 추세였지만 신도시 개발에 따라 신규 점포를 내는 일도 잦았다. 특히 은행 조직 내에 있는 AI 팀이나 빅데이터 팀이 최적 입지 분석 솔루션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 IT 팀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빅밸류의 기술검증(PoC)을 돕고, 검증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진 설득까지 성공했다. 초기에 확보한 고객과 빅밸류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사업 확장을 도운 것이다.

◇"데이터 허브 역할 할 것"=빅밸류가 꿈꾸는 미래는 국내 모든 빅데이터가 빅밸류라는 허브를 통해 흐르게 하는 것이다. 빅밸류는 △주택 시세 △상가 임대료 △카드 소비액 △기업 평가 △건축물 소유자 △토지 소유자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 △지적도 △인구 정보 △실거래가 △공시가 등 각종 공개·비공개 데이터를 수집해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카드 소비액과 같은 비공개 데이터는 수집 기관으로부터 유료로 구매한다. 이런 데이터를 모두 수집, 정제, 분석해 데이터가 필요한 각종 기업에게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이 빅밸류가 그리는 그림이다.

현재 동네, 건물, 부지 등 공간 데이터에 특화한 빅밸류는 관련 시세, 임대료, 소유자, 대장, 지적도 등 각종 정보를 모아 각종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빅밸류의 상권 분석 솔루션 사용을 주저했던 프랜차이즈 업계도 빅밸류가 구축해 놓은 각종 데이터셋 자체는 활용한다. 자체적으로 구축해놓은 팀이 빅밸류 데이터 판단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외에도 사업 적정 부지를 탐색하는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 빅밸류 데이터셋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커다란 사업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 구 대표는 “AI와 빅데이터 산업에 ‘버블(거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빅테크 거품론’이 나오듯 AI 업계가 수익을 내는 데 실패하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의 관심에 AI 기업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산업 전체가 거품이 꺼지듯 침체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 대표는 “산업이 ‘버블’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일선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밸류는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매출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각종 기업 수요를 해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자에게도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우리만큼 각종 데이터를 잘 유지하고 정리해 기업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현재 국내에는 없을 것”이라며 “국내 모든 데이터가 흐르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중장기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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