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품고 살아가" 고아성, 헬조선을 꼬집다 '한국이 싫어서'[종합]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천추골 골절 완치 후 돌아온 고아성까지 모두 합류 후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과 장건재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장건재 감독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한국이 싫어서'에 대해 "2015년 출간된 해에 읽었고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소설은 계나의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영화는 주변 인물, 물리적인 공간, 촬영 여건을 만들어야ㅊ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다. 소설이 7~8년 정도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 역시 어떻게 다뤄야할지 고민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계나 역을 맡은 고아성은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꼭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꼭 하고 싶은, 놓친다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이전까지 맡았던 역할과는 차별점이 있다며 "내가 맡아왔던 사회 초년생이 갖는 열정이 지난 인물이다. 직장생활을 7년 정도 한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계나와 유학을 떠난 직후의 계나, 유학을 떠난 후 수년이 지난 계나까지 한 인물 속 다층적인 인물을 표현해야 했던 고아성은 "계나의 수년의 시간을 담기 위해 한눈에 보이는 변화를 주려고 했다"라며 "교포 메이크업을 해봤고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면 기본적인 피부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태닝을 처음으로 해봤다. 뉴질랜드에서 입는 의상도 다 현지에서 구입해서 입었다"라고 밝혔다.
김우석은 선배 고아성과 함께 호흡한 소감에 대해 "너무 신기했다. 늘 TV와 영화에서 봤던 선배님이자 스타니까. 실제로 봤을 때 긴장도 많이ㅊ했는데 털털하고 쿨해서 연기할 때도 편하게 해줬다. 부담도 주지 않고 네가 하는 게 정답이라는 느낌으로 촬영장에서 대해줘서 동료로서 후배로서 편했다"라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주종혁 역시 "고아성 선배님께서 부국제에서 안 나오셔서 진땀을 많이 뺐는데 현장에 있으니까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친구란 생각이 들었고 촬영할 때도 이상하게 편했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줘서 오래된 선배의 짬바인가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했다.
재인 역을 맡은 주종혁은 "(촬영지가) 내가 유학을 했었던 곳이고 촬영지가 내가 다녔던 학교라서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뉴질랜드 유학생을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처음 갔을 때 랭귀지 스쿨을 가면 있는 다양한 나라 친구들도 생각이 나서 참고를 했다. 촬영장소 갔는데 신호등에서 학교 다닐 때 친구도 만나서 그 친구 삶도 듣고 하다보니 그때 공기와 분위기가 몸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시 가보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시는 부모님의 의지로 유학생활을 해서 외로운 마음이었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지금도 미안해하신다"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군대를 갔다와서 연기를 시작했을 때 유학생활이 너무 많은 자양분이 됐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모든 것들이 행복이었던 것 같다"라고 추억했다.
오랜 남자친구 지명 역의 김우겸은 "지명을 연기하면서 지명과 닮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방금 영화를 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되게 계나 입장에서는 답답해보일 수도 있고 눈치가 없을 정도로 낙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떻게보면 나한테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게 낙관적인 것,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모습도 필요해서 앞으로 지명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어느 정도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캐릭터와 닮은점을 분석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지난해 9월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나 당시 주연배우 고아성은 갑작스러운 천추골 골절 부상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건재 감독 역시 고아상의 불참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며 "28회 부산영화제에 송강호 배우님이 영화제 호스트여서 두 분이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고아성이 못 와서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개봉하고는 다르게 영화 축제다보니 얘기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쉬웠다. 관객들이 고아성을 보고 싶어 해서 GV할 때 전화로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고아성은 "작년 개막식 전에 스케줄 가려고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샵 계단에서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꼬리뼈가 부러졌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입원해 있을 때 부국제가 열렸다.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했을 때부터 너무 기뻤는데 참석하지 못하게 돼서 너무 아쉬웠다.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가고 싶었는데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참석할 수가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우석은 부국제 이후 극장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부산 영화제에서도 기분이 좋았지만 아성 누나랑 같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게 (부국제와 극장 개봉의) 가장 큰 다른점인 것 같다. 똑같이 긴장되고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한테 공개가 된다는 생각에 긴장되고 설레기도 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장건재 감독은 '한국이 싫어서'의 중요한 키워드인 '헬조선'에 대해 "각자 위치에서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기혼자고 40대 남성이고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계나와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이 살기 어렵고 팍팍한 곳인데 여성이 되거나 소수자가 되거나 장애를 갖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어려운 사회"라고 꼬집으며 "영화가 그런 담론을 모두 끌어안고있진 않지만 주변에서 흔히볼 수 있는 가시화된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원작에는 없는 계나의 대학동창 경윤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소설에서는 동명이인 의전원 친구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오랫동안 고시 준비하는 친구로 등장한다. 20대 사망률 1위는 자살이고 40대 사망율 1위는 암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2명 죽는 게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데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장건재 감독은 행복 관련 강연자로 특별출연한 방송인 정이랑에 대해 "언젠간 해보고 싶은 배우였고 사람 설득하고 호소하는 역할, 거칠게 표현하면 행복담론 약장수 같은 사람으로 나오기에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난데없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뜻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계나의 동생 역으로 출연한 가수 김뜻돌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 예술가들과 작업해보고 싶었다. 계나의 동생은 다른 질감을 갖고 있는 배우랑 해보고 싶어서 조감독님하고 음악신에 있는 배우를 찾았다. 뮤지션 애인과 관계도 나와서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국이 싫어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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