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연기날 경우 반드시 자리 피해라"

윤현성 기자 2024. 8.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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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총, '배터리 안전 과학적 접근' 포럼 개최…화재 원인 등 진단
"화재 원인, 고열로 배터리 내부 재료 녹으면서 연쇄 발열·폭주로 이어져"
"전기차 화재, '냉각'이 유일한 해법…골든타임 감지 기술 필요"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영상=독자 제공) 2024.08.01. ruby@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을 끄는 것은 가능합니다. 단 골든타임 안에 진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골든타임이 지나면 소방대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지연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감지'가 중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 기술을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최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전기차·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의 대규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학계와 산업계 등도 과학적 접근을 기반으로 배터리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확률 낮지만 극단 사례 多…소재·시스템·사후 진압 기술 모두 갖춰야"

"전기차 사고, 수평화염 뿜어 위험성 더 커…연기나는 전기차 반드시 피해야"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불이 난 벤츠 차량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140여대로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은 40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그을림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02. photo@newsis.com
오기용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배터리, 아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를 주제로 주최한 배터리 안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 포럼에서 배터리 열폭주 원리 및 안전에 대해 발표했다.

오 교수는 최근 전기차 사고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보급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계적으로 보면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화재 확률이 0.01 대 0.0027로 전기차가 더 낮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더 가능성이 낮은 비행기 사고를 자동차 사고보다 두려워하듯 전기차 화재의 '규모' 때문에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비교해보면 내연기관차는 평균 1시간이면 소화가 가능하고 필요 인력은 2~3명, 필요 소화수도 1톤 수준에 그친다. 반면 전기차는 약 8시간이 필요하고 인력도 7명, 소화수도 110톤이 필요하다. 재발 위험도 더 커 소화 후에도 주변을 완전 격리하고 배터리 분리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기차 사고는 왜 이렇게 극단적 사례로 발생하게 될까. 오 교수에 따르면 이는 배터리 내에서 발생하는 열 폭주의 연쇄반응 때문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SEI(발화점 60~130℃), 분리막(120~160℃), 양극(130~250℃), 전해질(230~350℃), 음극+전해질(230℃~) 등의 재료들로 이뤄진다. 배터리에 고열 등이 가해져 SEI가 가장 먼저 녹기 시작하면 SEI에서 추가적인 발열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배터리 내부에서 자체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재료들의 발화점까지 온도가 점차 높아지며 연쇄적으로 재료들이 녹아내리게 되고, 내부 발열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나 열 폭주가 일어나는 식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의 원인인 열 폭주는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기계적 남용, 과충전·내부 단락 등이 원인이 되는 전기적 남용, 기계적·전기적 남용 현상으로 인해 배터리가 자체 발열하는 '열적 남용' 등의 단계를 거치며 나타나게 된다.

오 교수는 "하나의 사고가 일어나기까지는 여러 불행들이 중첩 발생해야 한다"며 "배터리 소재, 관리 시스템, 사후 조기 진압 등 모든 영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이클들이 선순환돼야 극단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 소재 부문 영역에서는 내부 재료들이 녹아내리는 현상 자체를 막기 위해 재료들의 발화점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의 본격 상용화 이전인 2019년께에는 150℃ 수준에서 배터리가 터졌지만, 최근에는 230℃ 수준까지 발화점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발열 제어를 위한 냉각 열관리 시스템, AI 화재·연기 감지 및 집중소화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배터리 화재 및 대처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나 연구사에 따르면 2019년 3건 수준이었던 전기차 화재 사고는 보급 확대와 함께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11건 → 2021년 24건 → 2022년 44건 → 2023년(10월 기준) 60건 등이다.

나 연구사는 전기차 화재의 특성으로 수평화염, 폭발 위험, 특정 셀 하나에서의 열폭주 시작, 복수 셀 충돌로 인한 화재 등 4가지를 꼽았다.

수평화염의 경우 전기차의 설계적 특성이 원인이다. 보통 전기차는 배터리 팩에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 배터리 팩을 차량 상부 커버가 덮고 있다. 그러다보니 열 폭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고압력을 배출하는 유일한 길이 차량의 측면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나 연구사는 "지금 대부분의 소방 감지방법은 천장에 있는데, 수평화염은 감지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재 AI 기반 영상 인식 등을 고려 중인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하면 '오프가스(OFF가스)'가 배출된다. 오프가스는 가연성 물질이 많이 포함돼있지만 곧바로 불이 붙지는 않는다. 하지만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점화가 이뤄지면 높은 확률로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나 연구사는 "만약 주변 전기차에서 불이 났는데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오히려 불꽃이 보일 때가 폭발 위험성이 낮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전기차와 유사한 시스템인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전체 사고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하나의 배터리 셀에서 열폭주가 발생해 연쇄적인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개의 배터리 셀이 탑재됐을 경우엔 셀 간 충돌로 인해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연구사는 "배터리는 주로 리튬 산화물 양극재를 쓴다. 이 재료는 고온이 가해지면 분해되면서 점화원이 되는 산소를 배출하게 된다"며 "이전에는 배터리 화재라 했지만 화재보다는 일종의 반응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 반응을 중지시키는 방법은 냉각밖에 없다는 게 통상적인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냉각이 유일한 방법인 만큼 질식 소화 덮개 등으로는 화재가 진화되는 것처럼 보일 뿐 시간이 지나면 가연성 가스가 쌓여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며 "또한 물을 써서 냉각시키는 것도 중간에 멈추면 시간이 지났을 때 반드시 재발화가 나타난다. 열폭주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 연구사는 "가정 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났을 때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전동 킥보드다. 이 제품은 가정에서는 절대 끌 수 없다"며 "손 선풍기나 보조배터리 등은 조금만 침착하면 불이 나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무선청소기·전동 킥보드 등으로 커지면 일반 국민들이 사실상 화재를 막을 수 없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관련 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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