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아성이 선택한 '한국이 싫어서' [종합]
[OSEN=유수연 기자] 청춘의 고민을 담은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관객을 찾는다.
21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각본 : 장건재, 제공: ㈜엔케이컨텐츠,│배급: ㈜디스테이션, 제작: ㈜모쿠슈라, 공동제작: ㈜영화적순간, ㈜싸이더스, ㈜인디스토리)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여름의 판타지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장건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장 감독은 개봉 소감에 대해 "작년 부산때도 그렇고, 개봉을 앞둔 심정은, ‘이거 판이 커졌다’다. 모든 과정이, 어찌보면 작게 소박하게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좋은 의미로 그렇다. ‘이게 감당이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장 감독은 “2015년도에 출간 되었던 해에 원작 소설을 읽었었다. 보자마자 영화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얼마 안있다가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서 영화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게 2016년 초였고, 그렇게 시작했다. 소설 읽으셨던 분들은 계나의 1인칭 화법으로 전개되는 나레이션이 화법인데, 영화는 영화의 주변인물들도 물리적인 공간 등을 만드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다. 대본을 쓰고 리서치하는 과정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소설 안에서는 7~8년 정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 시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시다시피, 지난 몇년 간 팬더믹을 거치면서 계나가 느끼는 한국과 외국에서의 생활에 대한 질감이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각색, 촬영 과정 모두에서 그것이 숙제였다. 또 상상 속의 인물을 세 분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과 제가 상상했던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준비와 고민이 저에게 숙제였다”라고 떠올렸다.
소설의 영상화 포인트에 대해서는 “소설의 어떤 대사나 장면이라기 보단, 소설을 읽으면 외국의 냄새 같은 것들이 있다. 그걸 표현하기가 되게 어려운데, 영화화 하는 부분에서 그런 것이 어려웠다. 어떤 묘사는 글이 더 수월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나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삶을 환기하거나 되돌아보는 순간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로 옮기진 않았지만, 소설의 마지막 대목을 저는 좋아한다. 소설에서는 계나가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는다. 무대도 뉴질랜드가 아닌 호주다. 그곳에 계나처럼 이민자 2세 아이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끝나는 대목이 있다. 그 장면이 완전히 자신의 삶을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거기서 오는 쓸쓸함과 통쾌함이 동시에 있다. 그 감각을 영화로 옮겨올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장 감독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 물론 저는 계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이다. 40대 남성이고, 저는 기혼자고, 아이도 키우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도 한국 사회는 살기 어렵고 팍팍한 곳이다. 만약 여성이 되거나 소수자가 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훨씬 어려운 사회란 이야기다. 이 영화가 이런 모든 담론을 끌어있고 있진 않지만, 영화속 캐릭터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가시화 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로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가 감독으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빛낸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정 감독은 김뜻돌에 대해 "기존의 배우가 아닌 다른 분야에 있는 예술가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다. 계나의 동생은 좀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잇는 배우와 하고 싶어서 조감독님과 음악씬에 있는 분으로 찾았다. 상징성있는 음악가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굉장히 부지런한 캐릭터라 극중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되는데, 끝에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굉장히 잘 어울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배우 정이랑의 출연에 대해서는 "정이랑 배우는 언젠가 함께 해보고 싶은 배우였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호소하는, 거칠게 표현하는 약장수 같은 사람으로 나오면 되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선뜻 오케이를 해주셔서 기회를 갖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고아성은 주인공 ‘계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고아성은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간 선택했던 영화처럼 제가 꼭 해야할 것 같은, 꼭 하고 싶은. 만약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계나는 여태까지 맡아왔던 청춘의 결기랄까. 사회 초년생이 갖는 열정이 있지만, 직장 생활을 7년정도 한 20대 후반의 지친 여성상을 그려보고 싶었다”라며 “계나의 수년간의 시간을 담기 위해서 한 눈에 보이는 변화를 주려 노력을 했다. 교포 메이크업이라던가, 뉴질랜드에서 생활을 한다면 기본적인 피부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실제 태닝도 처음으로 해봤다. 입은 의상도 현지에서 모두 구입해서 입은 것”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중에서 추위를 싫어한 펭귄 동화책이 나오는데, 그 동화의 엔딩이 펭귄이 정말 힘들게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데, 나라에 도착하고 나서, 만약 누가 데리고 와줬다면. 헬리콥터같은게 태워줬다면 남쪽 나라에 살면서도 헬리콥터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았을 거다. 하지만 스스로 고난을 거쳐왔기 때문에 모든것을 누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계나의 타지 생활이 녹록치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나는 잘 살아갈 것이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들과의 케미도 전했다. 고아성은 "우겸 배우님께서 제가 편했다고는 했지만, 동료 배우한테 살갑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된 연인을 연기해야되는 입장이지 않나. 그랬더니 먼저 우겸 배우가 저에게 촬영 전날 밤에 전화를 해주더라. 여태껏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봐 주더라. 저도 감사한 다정함을 느끼면서 답변하다보니까 다음날 촬영할때 정말 7년 사귄 남자친구처럼 연기가 되더라. 너무 고마웠다. 종혁 배우님은 너무 빠른 시간안에 친해져서,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 어색하게 다시 찍어야될 거 같애 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는 배우였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1999년 데뷔 이후로 '데뷔 25주년'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고아성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아가 성립된 상태로 사회생활을 한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대단히 경력이 많다고는 솔직히 생각이 안든다. 하지만 계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무조건 계나에 이입해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보시는 분들이 반반정도로 의견이 갈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예를 들면 항거 등은 진중한 메시지로 보는 분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번 영화는 지명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두 부류의 관객분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부연했다.
주종혁은 계나와 뉴질랜드에서 만나는 ‘재인’ 역을 맡았다. 개봉 소감에 대해 “영화를 보며 느낀건, 아성 배우의 매력이 너무 잘 보인거 같아서 팬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고아성 배우의 매력을 알 것 같다는 설레임이 있다”라며 캐릭터 연기에 대해 “사실 뉴질랜드가 제가 유학을 했었던 곳이었고, 촬영지도 제가 다녔던 학교였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너무 하고 싶었다. 뉴질랜드 유학생을 누구보다 재미있게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준비한 것이, 처음 가는 랭귀지 스쿨이라는 학원을 가면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도 생각이 나서 거기서 참고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막상 촬영장에 갔는데, 신호등에서 제 동창 친구를 만났다. 계속 살고 있는 친구엿는데, 그 친구의 삶도 듣다보니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가 몸 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주종혁이 생각하는 '행복'에 관해 묻자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저의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저는 제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로 유학했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외로웠던 거 같다.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연기를 시작했을 때 유학 생활이 저에게는 너무 많은 자양분이 되었던 거 같다. 지금도 부모님은 굉장히 미안해하시긴 한다"라며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땐, 그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던 거 같다. 지금 하루하루가 행복한 게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우겸은 계나의 오랜 남자친구 ‘지명’ 역을 맡았다. 개봉 소감에 대해 “부산 영화제에서 도 기분이 좋았지만, 다른 점은 아성 배우님과 같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다. 또 너무 긴장되고,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 많은 분께 공개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라며 전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저는 지명이를 연기하면서 사실 지명과 많이 안닮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닮은 거 같다. 계나 입장에서는 답답해 보일 수도 있고, 눈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고, 눈치 없어 보일 정도로 낙관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떻게보면 저에게 필요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게, 그 상황에 만족할 수 있는 모습도 필요한 것 같더라. 그래서 저는 앞으로 지명 처럼 살고자 싶은 마음도 있고, 어느정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라며 돌아봤다.
고아성과의 호흡 소감에 대해서는 "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늘 티비에서보고 영화에서 보았던, 화면에서만 봤던 선배님이자 스타이시지 않나. 실제 봤을 때 긴장도 많이 하고 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털털하고, 엄청 쿨해서 연기할 때도 많이 편하게 해줬던 거 같다. 부담도 주지 않고, ‘네가 하는 게 정답이야’라는 느낌으로 촬영장에서 대하는 거 같아서 동료 배우로서, 후배로서 되게 편했던 거 같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한국이 싫어서’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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