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글로벌 전쟁인데···틀에 얽매여 '지원반대'만 하는 기재부
예타 특례·특별회계 신설엔
원칙 고수하며 불가론 펼쳐
직접 보조금 지원에도 난색
전문가들 "건전재정 유지하되
유연한 접근 필요" 한 목소리
정치권이 반도체 직접 보조금 지원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가운데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건전재정 논리에만 매몰돼 반도체 산업 지원에 건건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쟁은 글로벌 전쟁이고 기업과 정부가 함께 뛰는 총력전인 만큼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기재부는 여당 인공지능(AI)·반도체 특별위원장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포괄적인 반대 의견을 공식 전달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에서 법안을 논의할 때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를 듣게 돼 있다. 이 검토 보고서에는 “법안이 타당하다” “문제가 있다”는 각 부처의 의견까지 담긴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박희석 국회 산자중기위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공통점 및 차별점을 검토하고 새롭게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보완 개정하는 방안 중 어떠한 방안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법률 체계 및 행정 효율성 등의 관점에서 적합한지에 대한 입법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부는 주요 안건별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고 의원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전력망 설치 및 확충에 관한 사항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또는 우선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기재부는 “포괄적·항구적 예타 면제와 우선 선정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타 특례는 재정운용의 효율성·통일성 제고 측면에서 국가재정법 체계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를 신설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석전문위원과 기재부 사이에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보조금 지급, 기반시설 설치 비용 지원, 고용보조금 지급 등 지원 정책을 수행하려면 대규모의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별회계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반도체특별회계가 신설 요건 및 정부의 재정운용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가론을 고수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활한 조성 및 운영, 생산 시설 구축에 필요한 보조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조문에도 기재부는 난색을 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지자체의 재정·행정·세제 지원을 명시적 의무로 규정한 부분은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재부는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세제 지원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고 맞섰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은 39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보조금 및 750억 달러의 대출, 25%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5세대(5G) 촉진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설비투자 보조금으로 현재 2조 엔 이상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첨단산업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한국은 향후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선도형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생산 시설인 팹(공장) 1기당 20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주요 국가들처럼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원활한 인력 확보를 위한 고용보조금을 두고 수석전문위원실이 업종 내 고용 창출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데 반해 기재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국가의 고용보조금 지원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가 계속해서 반도체 직접 지원에 반대를 하면서 정치권의 입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기재부가 핵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터부시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기재부가 대기업 특혜, 반도체 특혜라는 해묵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과거 문법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출이나 세제 지원만으로는 안 되며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며 “건전재정이라는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투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계의 생각도 비슷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주요국에 비해 아직 재정 투입 여력이 있는 편”이라면서 “최소한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직접 보조금 지원을 검토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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