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부 “예스 쉬 캔” “뭐라도 하자”…해리스 지지 연설 ‘어게인 2008’ 기대감

김유진 기자 2024. 8. 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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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시카고/김유진특파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미셸 오바마 여사) “그녀는 할 수 있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21일(현지시간) 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연단에 차례로 오른 오바마 부부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8년 대선의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변주해 “그녀(해리스)는 할 수 있다(Yes, she can)”고 외치자 대회장을 메운 2만여명의 민주당원들도 함께 화답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을 위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모두가 미국을 위해 싸울 때”라며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위해 결집할 것을 촉구했다.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미 본 영화이고, 후속편이 더 나쁘다”고 공격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할 때 쓰는 단어인 ‘이상하다’를 사용해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 모인) 군중 규모에 이상하게 집착한다”고 말해 폭소를 이끌어냈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부터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호성 속에 등장한 미셸 여사도 “익숙한 감정, 전염성이 있는 희망의 힘”을 느낀다면서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 당선된 2008년 대선의 경험을 소환하며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다시금 민주당에 희망이 생겼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에게는 (대선까지) 두 달 반, 11주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불평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외쳤다. 미셸 여사를 따라 당원들도 거듭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2016년 전당대회에서 “그들이 저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고 했던 미셸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흑인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하며 “지금 트럼프가 가지려는 일자리(대통령)야말로 ‘흑인 일자리’라는 사실을 말해주자”고 말했다. 청중들은 크게 공감한다는 듯 함성을 질렀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20년 가까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2004년 상원의원에 출마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후원금 모금 행사를 열어줬다. 2008년 대선에선 대세로 여겨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일찌감치 지지했다. 이번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사격에 나선 셈이다.

이날 두 사람의 연설은 지난 한 달간의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2008년 대선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해리스 캠프도 오바마 캠프 고위 인사를 영입하고 청년·소수인종 표심을 집중 공략하면서 2008년의 ‘성공 공식’을 적극 차용하려는 모습이다.

오바마 부부는 특유의 호소력 짙은 연설로 민주당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면서도 11월 대선이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 오바마 캠프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플루프 해리스 캠프 선임고문은 이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주최 행사에서 남부 선벨트(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를 가리켜 “모두 해리스가 승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2016년, 2020년에 이어 2024년 대선도 매우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젠틀맨 더그 엠호프가 2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당대회 2일 차인 이날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첫 퍼스트젠틀맨’이 되는 남편 더그 엠호프가 등장해 “내가 우리 가족의 미래를 해리스에게 맡긴 것은 내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정치의 상징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찬조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급진 좌파’ 비판을 겨냥해 “(보수 싱크탱크가 작성한 트럼프 정책 제언집인)프로젝트 2025야말로 급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에서의 끔찍한 전쟁을 중단하고, 이스라엘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며, 즉각 휴전해야 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대선 승리와 함께 상원 다수당 수성이 중요하다고 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에겐 멋진 상원의원 후보들이 많다”며 한국계 첫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하원의원을 언급했다.

‘반트럼프’로 돌아선 공화당 인사들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공감 능력, 도덕, 진실에 대한 신념이 전혀 없다”고 했고, 공화당 소속인 존 자일스 애리조나주 메사 시장은 “트럼프는 공적인 봉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이제는 어른들을 백악관에 보낼 때”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선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주지사를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추인하는 호명투표가 진행됐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를 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시카고 전당대회장 화면에 등장해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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