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가 몰려온다'...네카오 전략은
네카오는 정면승부 피하고 '틈새시장'
구글과 오픈AI,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고도화하고 기술 개발·서비스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맞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적용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는 한편, 빅테크와의 정면승부는 피하면서 틈새시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기존 사업 성과 높여라
네이버는 이달 초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AI를 어느때보다 강조하고 나섰다. AI는 단기적 실적 개선의 '키'이자 중장기적으로도 핵심 사업이라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서치 플랫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이버가 무엇인지'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AI를 기반으로 주요 프로덕트 개선을 위해 힘쓴 부분이 있고, 앞으로도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치플랫폼은 검색과 디스플레이 광고 등 네이버의 핵심 사업 영역이다. 이 사업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9784억원으로, 네이버 전체 매출의 37.5%에 달하는 최대 캐시카우다. 이런 사업에 AI를 적용해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서치 플랫폼 다음으로 매출이 많은 커머스 부문도 AI를 활용해 상품 추천과 셀러 툴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 대표는 "AI가 적용됐을 때 검색이라든지 피드에 대한 만족, 광고의 효율이 놀랍도록 올라가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와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구글도 검색과 메일, 스마트폰 등 자사 제품에 AI '제미나이'를 적용하면서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세계적 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경우 대화형 AI를 탑재한 음성 비서 '알렉사'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고, 아마존웹서비스는 기업용 AI 챗봇을 정식 출시하는 등 기존 서비스 고도화와 외연 확장을 함께 추진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도 AI를 사업의 핵심으로 꼽고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콜에서 "카카오 본사는 카카오톡과 AI를 통한 혁신이 사업의 핵심과 본질이라고 정의했다"며 "AI를 활용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면서 중장기 성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는 AI 기술을 활용해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 추진하면서 사업 성과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광고·커머스)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 성장한 9550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정 대표는 "카카오톡 플랫폼이나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비핵심으로 정의하고, 하반기 중 해당 사업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는 전략은 AI와 관련이 있어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지난해 말 출시한 '칼로 AI 프로필'을 최근 종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등을 통해서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 6월 AI 사업을 하는 카카오브레인과 본사 조직을 통합해 AI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종환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콜에서 "법인간의 거리가 사라지면서 AI 서비스 개발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며 "카카오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AI를 통한 혁신이 필수적이라 판단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비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속도감 있는 AI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면서 AI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사만의 경쟁력으로 '틈새 시장' 찾는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세계적 범위의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경쟁은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픈AI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자사 AI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중동, 유럽과 같은 블루오션을 공략하거나,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우디 주택부와 디지털 트윈(DX) 플랫폼 계약을 체결했는데 하반기부터 매출 발생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네이버는 한국은행, HD현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도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권에도 자사 AI 서비스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AI 검색 서비스 '큐'는 현재 PC 버전으로만 구현됐는데, 모바일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자체 LLM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자사만의 경쟁력을 활용한 AI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하반기에는 카카오만의 강점이자,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대화형 플랫폼 형태로 첫 B2C(소비자대상) AI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한다"며 "해당 서비스에서도 관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카오의 강점이 AI와 결합되도록 구현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 내부가 아닌 별도 앱으로 출시할 방침이며, 하반기 중으로 이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AI 시대에서도 카카오의 핵심은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라며 "B2C AI 서비스를 시작으로, AI를 통한 적극적인 혁신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 카카오의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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