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식 투자 맛보기 [책이 된 웹소설 : 월스트리트 천재의 시한부 투자법]

김상훈 기자 2024. 8. 21. 17: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이 된 웹소설 넘겨보기
희귀암 고치기 위한 투자
독특한 회귀물의 목표 설정
회귀물 웹소설에서 주인공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사진=펙셀]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 작품에서 주인공은 미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이익을 얻는다. 강력한 무기나 유물을 먼저 확보하거나, 인재를 미리 영입하는 식이다. 주인공의 재산 축적 역시 중요한 요소로, 숨은 보물을 찾거나 미래에 값이 오를 자산을 사들여 부를 쌓는다. 독자는 이런 과정에서 기대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제 주인공들은 궁색하게 로또복권 당첨 번호를 달달 외울 필요 없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거나 주변인에게만 미래지식을 알려 막대한 부를 독점하면 그만이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장면이다.

'글망쟁이' 작가의 「월스트리트 천재의 시한부 투자법」은 이런 회귀물이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은 금융가 천재로 꼽히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은 주인공 '하시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반적 회귀물에선 돈을 쉽게 벌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다.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는 등 사투를 벌인다.

작품은 하시헌이 병상에서 죽어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증권가에서 성공할 종목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능력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항상 원인 모를 집착과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끝내 희귀암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순간 시헌은 자신의 능력과 감정의 정체를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이 희귀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조각이었던 거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시헌은 목숨을 잃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10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회귀한 주인공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한시도 낭비할 수 없다. 면역계 질환의 임상시험 비용은 45억 달러로, 10번을 시도하고 약까지 만들면 500억 달러가 든다. 희귀병은 수익성이 없어 투자를 받을 수 없으므로, 시헌은 그 돈을 직접 모아야 한다. 작품은 현대 회귀물의 약점인 '쉽게 돈을 번다'는 콘셉트를 구체적 목표로 극복한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은 그것 자체로 흥미롭지만 일반적 상상의 범주를 넘기도 한다. 여기에 철저히 이득을 계산하는 월스트리트라는 배경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사진=스토리위즈 제공]

판교의 미래를 알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까? 노른자 땅을 쓸어 담고 고점을 찍으면 팔아치운다.(중략) 정보를 독식해야 내가 최대한의 이익을 남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그것만으로 쾌감을 느끼고 다음 미래 지식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이건 열두 살짜리도 할 수 있는 일. 미래 지식으로 치면 최저 임금이다. 여기서 만족하다니, 참으로 욕심이 없는 정직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월가의 인간은 어떨까? 그들은 이 지식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엑셀을 돌려서 수많은 리포트를 찍어내고 사방에 배포하며 이렇게 외치겠지.

―여러분도 판교하세요! 이건 투기가 아닌 투자입니다!

「월스트리트 천재의 시한부 투자법」 중

작품은 금융계의 복잡하고 치열한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특히 현실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점은 몰입도가 높다. 미국 희대의 벤처사기 '테라노스' 등 현실 속 사건이 작품에서 묘사된다. 주인공은 이 사건에 개입해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와 더불어 주인공이 보여주는 계획과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다.

「월스트리트 천재의 시한부 투자법」은 회귀물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면서도 독창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으로 차별화를 이뤘다. 경제를 소재로 한 작품은 금융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장황하고 어려운 설명을 최소화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언뜻 어려울 듯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