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스 쉬 캔” 16년전 승리구호 꺼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이 썼던 구호 ‘예스 위 캔(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을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살짝 바꾸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과 시카고가 고향인 미셸 여사의 등장에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연설자로 나섰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호명(呼名) 투표’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했다. 시카고 인근의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화상 생중계로 “여러분의 후보가 돼 영광”이라며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안녕 시카고. 집에 돌아오니 좋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설자로 등장했다. 하와이주에서 태어났지만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지낸 후 백악관 주인으로 직행했던 그가 오랫만에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나타나자 약 2만 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층이 열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자신의 대국민 고별연설도 시카고에서 했을 만큼 시카고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먼저 연설을 한 부인 미셸 여사는 남편을 “‘희망(hope)’을 알고 있는 사람, 평생을 민주주의 강화에 바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셸 여사와 포옹했다. 약 5분간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셸 오바마의 바로 뒤에 연설을 하는 나는 멍청한(stupid) 사람”이라며 웃었다. 또 “미국은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맞이하자”고 외쳤다.
이날 부부는 한 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닌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겨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오바마 “미국을 위한 싸움은 우리 몫”
그는 “이제 횃불은 전달됐다. 미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트럼프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78세 억만장자인 트럼프 후보가 음모론 등에 집착하고 있다며 “4년 간의 ‘허풍과 혼란(트럼프 집권기)’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트럼프의 영화를 봤고 ‘속편(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더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외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카멀라는 대통령이 될 준비를 마쳤다. (트럼프처럼) 자신에게 무릎 꿇기를 거부하는 이를 처벌하는 대신 모든 미국인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가치를 지킬 때 세계는 좀 더 밝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재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필요는 없지만 자유를 수호하는 선한 힘이 돼야 한다”고 트럼프 후보의 고립주의를 비판했다.
자신의 부통령이었으며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치하했다. 그는 “역사는 바이든을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바이든을 사랑한다(We love Joe)”고 외쳤다.
● 미셸, 해리스 위해 “무엇인가를 하자”
미셸 여사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을 “마이 걸(my girl) 해리스”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해리스 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여사는 또 “우리가 마음 속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일어나야 할 때”라며 거듭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셸 여사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로 큰 호평을 얻었다.
시카고=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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