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갭투자’ 활용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막는다

김지혜 기자 2024. 8. 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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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거듭 올려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은행권이 전세자금대출을 일부 막거나, 신용대출 금리까지 인상하는 등 한층 강화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됐다고 지적을 받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조치로, 대출 실행일에 특정 조건이 붙는 전세자금 대출이 중단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에 시중은행 ATM이 모여 있다. 성동훈 기자

우선, 대출 실행일에 임대인(매수자)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조건의 전세대출이 중단된다. 주택을 매수하면서 새로운 전세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으로 구매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에 전세대출이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출 실행일에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이 붙는 전세대출도 중단된다. 통상 근저당 등 선순위채권이 있는 주택의 전세 계약에는 잔금일에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받아 근저당 등을 말소 또는 감액한다는 특약이 포함된다. 앞으로 이 경우 신한은행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유주택자인 임차인이 대출 실행일에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받는 전세대출도 중단된다.

다만 대출 실행일 이전에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이행되는 경우에는 전세대출이 정상적으로 가능하다.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 이전에 임대인이 바뀌거나 선순위채권이 말소되는 경우 등까지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갭투자 등 투기적 수요에 전세대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날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하기로 했다. 통상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가치에서 임차인 몫의 소액 보증금을 제외한 만큼 대출해주는데, MCI·MCG는 그러한 차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3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 금리도 최대 0.4%포인트 또 올린다. 주택담보대출(신규 구입·생활안정자금)은 0.20∼0.40%포인트,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0.30%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23일 인상이 되면 신한은행은 불과 약 한달 열흘 사이 여섯 번이나 대출 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KB 온국민 신용대출’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등 일부 가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린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두 달 새 이미 다섯 차례나 주택 관련 대출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신용대출까지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더 불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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