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난민 손’ 들었다…“난민 면접 영상 제공하라”

장현은 기자 2024. 8.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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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면접 녹화영상 정보공개청구거부취소 소송 문제제기 당사자 알렉스씨가 21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난민 신청자가 원하면 법무부가 ‘난민 면접’ 녹화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1부(재판장 이승련)는 21일 오후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면접 녹화 영상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기록을 제공하라’며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항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알렉스씨는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2019년 난민 신청을 한 뒤 2021년 11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세 차례에 걸쳐 난민 면접을 봤다. 하지만 이듬해 7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예멘 내전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으나, 알렉스씨는 언어 문제로 난민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고 난민 면접 녹화 영상 공개를 신청했다. 영상에서 통역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 등을 확인하면 난민 불인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통역인의 신체정보, 초상, 말투나 억양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며 난민 면접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난민인권센터는 지난해 3월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들은 “난민 면접 영상녹화 기록은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 과정에서 통역의 오류가 없는지, 기타 위법성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료”라며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018년에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면접 조작 문제가 제기됐고, 2015년∼2017년 사이에 55건 이상 부실 면접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난민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7월께부터 전국 난민심사 거점사무소에서는 의무적으로 난민 면접 과정을 녹음·녹화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면서도 난민신청자에게 난민 면접 영상녹화 기록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난민신청자가 원한다면 난민 인정에 관건이 되는 자신의 진술이 녹화된 난민면접 영상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통역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법무부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역인의 음성이 드러난다고 해도 본인을 식별하기는 어려우며, 이는 공적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고 개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통역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신청자로서는 이 사건 정보를 통해 난민면접에서 진술한 내용이 정확히 난민면접조서에 기재됐는지, 통역에 오류는 없었는지, 절차적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녹음·녹화 파일의 공개는 난민 면접 업무를 비롯한 난민인정심사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며 절차적 적법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1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통역인 신원 보호와 난민심사 관련 정보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항소를 기각한다”며 난민인권센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렉스씨는 “안도감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의 가장 기본적 법적 권리인 난민 면접 영상을 확인하고 법률 대리인과 공유하기 위해 사법부의 개입이 필요했단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버 사건을 대리한 이한재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는 “법무부는 ‘원고 전부 승소’라는 원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미 없는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이전 주장을 되풀이하는 7쪽 짜리 서면을 한 번 낸 것이 전부일 뿐, 의미 있는 주장을 전혀 개진하지 않았다”라며 “더는 의미 없는 법정 공방을 지속하지 말고 난민 면접 녹화 영상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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