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신시아·조윤수, ‘박훈정의 얼굴들’[스경X초점]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이 또 다시 열렸다. 영화 ‘마녀’ 시리즈에 이어 OTT플랫폼 디즈니+ 시리즈 ‘폭군’으로 여성 다크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로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이번에도 이야기 한축을 이끄는 여주인공 ‘자경’ 역에 신예 배우를 기용하면서 소나무 같은 취향을 입증했다.
‘마녀’ 1, 2에 이어 ‘폭군’까지 여주인공의 계보를 살펴보면 사뭇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우선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신예라는 점이다. ‘마녀1’(2018)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다미는 당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크게 화제가 됐다. 지금이야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당시만 해도 이례적인 신예 캐스팅이라 연기력과 스타성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렸다. 영화가 개봉되자 김다미가 발탁된 이유를 모두 인정했다. 화려한 액션과 인물의 감정선 소화를 모두 해내면서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을 처음 구추하는 데에 일조했다. 김다미는 그해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박훈정 유니버스의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마녀2’(2022) 신시아 역시 1407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첫 주연작을 거머쥐는 행운을 맛봤다. ‘제2의 김다미’란 수식어로 높은 기대를 받은 그는 ‘마녀1’의 구자윤(김다미)과 달리 더 정적이고 소녀 같은 면모를 살리며 차별화를 꾀했다. 그 역시 같은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그 노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과 영화 ‘파과’에 캐스팅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폭군’ 조윤수도 마찬가지다. 한달여 간 세차례에 걸친 오디션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자경’ 역을 따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덕분에 액션 연기가 가능하고 캐릭터에 딱 맞는 이미지 때문에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세 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미지다. 김다미, 신시아에 이어 조윤수 역시 쌍꺼풀 없는 눈매와 단아한 이목구비, 소녀처럼 여리여리한 느낌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훈정 감독이 추구하는 ‘소녀의 야수성’을 표현하기에 알맞는 외모라는 분석이다.
조윤수 역시 이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21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그는 “제작발표회 때 받은 질문이나 이후 작성된 기사들을 봤을 때 ‘감독 취향 소나무다’란 말이 많더라”라고 웃음을 터뜨린 후 “난 내 얼굴이고 평생 살아온 모습이라서 그런 줄 몰랐는데, 어쩌면 그 덕분에 ‘폭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운명처럼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캐스팅 된 직후 감독에게 왜 날 택했느냐고 묻자 감독이 ‘내가 생각했던 자경의 모습과 네가 맞닿아있었다’고 답했다. 또 내 이미지가 어떤 캐릭터나 어떤 역을 입혀놔도 위하감이 들지 않는 깨끗한 느낌이라 선택했다고 하더라”며 “자경의 모습을 내서게 찾아냈다는 그 말이, 신인으로서 이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큰 용기가 됐다”고 감사해했다.
‘폭군’은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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