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깝고 풍광 아름다운 귀농·귀촌 '1번지'

정영오 2024. 8.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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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춘천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춘천 지혜의숲 환경사업단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액시세대 교사가 지난달 반다비다함께돌봄센터에서 아이들과 친환경 비누를 만들고 있다. 춘천 지혜의숲 제공

한국판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의 은퇴는 향후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매년 90만 명이 넘게 태어나던 액시세대와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축소된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면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37%에 달했다. 향후 10년 넘게 매년 30만 명이 넘는 은퇴자들이 귀농·귀촌을 모색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할 액시세대의 은퇴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인구소멸 위기의 비수도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198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은 ‘50~75세로 경력과 경제력 및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정의하면서 ‘어제의 노인과 다른 오늘의 노인’이라고 범주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된다. 대체로 1964~74년 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을 ‘2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55~63년 생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하면,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덕에 고학력과 노후 준비가 잘된 이들의 비중이 높다. 액티브 시니어의 표준화된 한국어 번역이 아직 없어, 기획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쓰되, ‘액시세대’로 줄여 부른다.

녹지 생활 인프라 좋지만, 고령자 의료 주거 서비스 아쉬워

수도권에 거주하는 액시세대가 은퇴 후 귀농·귀촌을 생각할 때 고려하는 후보지 중에 강원 춘천시는 단연 앞순위다. 서울에서 가깝고, 자연환경도 깨끗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명 관광지도 많아서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새로운 생활 터전으로 춘천을 선택해 살고 있는 액시세대들이 많다. 춘천시 60세 이상 인구 추이를 보면 2011년에서 2014년까지는 연평균 1,700명가량 증가했으나, 1세대 베이비 붐 세대가 60세를 맞은 2015년부터 연평균 2,800명 정도 늘고 증가 속도도 점점 높아져, 지난해 8만2,000명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50대 인구는 4만5,000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주민 고령화가 아니라 외지에 살던 1차 베이비 붐 세대들이 많이 유입되며 춘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춘천 60세 이상 인구 증가

춘천에서 만난 외지 출신 액시세대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춘천의 장점은 도시의 편리함과 전원의 쾌적함이 적절히 균형을 맞춘 곳이라는 것이다. 또 수도권과 멀지 않고, 철도 등 대중교통도 잘 연결돼 있어 수도권에 구축한 네트워크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5도 2촌’(일주일에 5일은 도시, 2일은 전원)처럼 도시와 전원생활을 병행하다 점점 전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액시세대에게도 선택하기 적합한 지역이다.

춘천 액티비 시니어 종합 지수

포스텍 ISDS가 액시세대가 정주할 만한 비수도권 지역들을 검증 평가하기 위해 만든 ‘액티브 시니어 지표’를 통해 이런 평가들이 얼마나 객관적 지표들과 일치하는지 알아봤다.

먼저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춘천의 녹지 환경을 춘천시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녹지 환경의 서비스 영역 측정 결과는 만점인 1점을 받았다. 인프라 역시 1.48점으로 전국 평균인 1보다 훨씬 높았다.

액시세대가 정주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화·여가 영역의 서비스에서도 문화 활동 및 지원, 일자리 및 정보화 교육 등을 모두 잘 갖추고 있었다. 특히 국내 최초의 노후 준비 교육 통합기관으로 춘천시가 출연해 2021년 문을 연 춘천 지혜의숲은 60대 은퇴자는 물론 50대까지 대상으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소멸 위험 지역인 춘천을 은퇴자가 유입되는 고장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 기반이나 체육시설 노인 인프라 지수 역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왔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한 은퇴자는 “수도권에서는 파크골프를 하려면 치열한 예약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춘천에는 시설이 넉넉해 예약할 필요 없이 언제든 즐길 수 있다”고 만족했다. 춘천시 각 지역을 연결하는 대중 교통망은 전국 평균에 비해 양호했다. 인구당 버스정류장은 전국 평균의 2배, 택시 대수는 3배나 많았다.

춘천 액티브 시니어 지수 의료 인프라, 녹지 인프라, 주거 서비스 지수

춘천이 액시세대가 살고 싶은 곳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의료다. 강원대 병원과 한림대의 춘천 성심병원을 갖추고 있어 의사나 병상수는 전국 평균 수준이다. 특히 의사 외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의 의료 인력을 고려해 평균을 내면 인프라 지수가 2.2로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고령자를 위한 간병 지원이나 예방접종 지원 제도 등을 갖추지 않아 고령자 친화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 은퇴 생활의 중요 고려 요소인 주택 가격 역시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이곳에 정착한 한 액시세대는 “수도권에 비해 집값이 저렴해 수도권 집을 정리하면 춘천에서 풍족한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만족해 한다. 한편 춘천 교외에서 귀촌 생활을 시작한 액시세대는 “토지 매물 정보가 부족하고 알아내기도 어려워 일일이 발품을 파느라 정착을 위한 땅을 찾는 일에만 4년이 걸렸다”며 “또 맘에 드는 땅을 발견해도 용도 변경 등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담당자마다 판단이 달라 고생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지자체가 은퇴자의 정착을 돕는 원스톱 창구나 통합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춘천은 액시세대에게 여러 매력을 갖춘 도시다. 특히, 지리적 위치와 수려한 자연환경은 액시세대들의 정착을 고려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천혜의 요소들과 함께, 고령 친화적 제도 보완과 지원이 강화된다면 삶의 만족도 증진은 물론, 정착을 결심할 액시세대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료 정리: 전종석(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박사과정), 박기나·이소현(석사과정)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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