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냄새, 강남의 냄새 [김상균의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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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스레드라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보고 있다.
소셜 미디어마다 올라오는 글의 특성, 소통 방식이 다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통상 좋아요 개수가 댓글 개수보다 높다.
원글을 쓴 이가 강북에서 실제로 어떤 냄새를 맡지는 않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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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며칠 전부터 스레드라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보고 있다. 소셜 미디어마다 올라오는 글의 특성, 소통 방식이 다르다. 스레드에서는 서로 반말로 소통한다. 격의 없이, 수평적으로 연결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 점이 흥미롭고, 연구에 도움이 되기에 써보고 있다. 그러다가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요 며칠 새 스레드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글이다. 올린 지 이틀 만에 조회 수가 28만회를 넘어섰다. 글은 짧다. ‘강북구나 노원구에서는 빈민 냄새가 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본인은 강남으로 오고 싶었다는 글이다.
좋아요 171개, 댓글은 무려 692개가 달렸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통상 좋아요 개수가 댓글 개수보다 높다. 그런데 이 글은 댓글 개수가 좋아요 개수보다 네배에 가깝다. 사람들이 그만큼 이 글에 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원글을 읽고 독자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올랐을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궁금하다. 필자는 냄새라는 단어에 마음이 쓰였다. 냄새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깊게 각인되는 감각이다. 냄새는 공간, 사람, 사건에 관한 기억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논란이 되는 면도 있으나, 냄새를 활용한 후각 요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오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에게 잊어버린 시절에 관련된 냄새를 맡게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전쟁을 겪은 이에게 화약 냄새를 맡게 하면, 과거 기억을 자극하여 뇌 활동이 증진된다는 접근이다.
원글을 쓴 이가 강북에서 실제로 어떤 냄새를 맡지는 않았을 테다. 이는 그저 은유적 표현이다. 그러나 그가 냄새라는 단어를 쓸 정도였다면, 그에게 강북에 관한 경험, 기억의 넓은 바탕은 빈민으로 채색되어 있을 듯하다. 이점이 몹시 씁쓸했다.
원글을 비판하는 댓글에는 ‘강북에도 부자 동네가 적잖다. 강북에 부자 기업이 더 많다. 강북 쪽의 자가 비율이 더 높으니, 세입자의 거주비율이 높은 강남보다 강북이 더 부유한 셈이다. 강남에도 거주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 더 부유한지 가려내기는 중요하지 않다. 논의의 본질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은 각각의 특색을 품고 있다. 그 공간을 흘러간 시간, 살아간 사람에 의해 축적된 이야기와 문화가 특색을 형성한다. 숲에 비유하면, 나무는 각자 뿌리 내린 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디면서 수많은 생명체, 자연의 변화와 상호작용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가지, 이파리를 피워내며 나무마다 다른 정체성을 품는다. 그렇게 각기 다른 나무가 어우러져 있기에 숲은 아름답다. 숲길을 걸어가는 이마다 그 숲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런데 만약 숲길을 걸으며 각 나무의 값어치만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기억한다면, 그 여정은 너무 메마르고 재미없지 않을까?
우리가 발을 딛는 공간을 돈의 잣대, 건조한 숫자를 중심으로 나누고, 기억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풍성하게 경험하기 어렵다. 공간과 사람이 품은 서로 다른 삶의 냄새를 맡았으면 좋겠다. 그 냄새를 통해 우리는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관계 맺을 수 있다. 나는 스레드에 원글을 올린 이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그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더 다양한 냄새를 맡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다층적 가치를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다운 향기를 발산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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